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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교육부가 조선대에 파견한 임시이사들에 대해 조선대 구성원들이 이를 조건부로 수용키로 결정함으로서 1년 넘게 끌어온 조선대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988년 30여 년에 달하는 박철웅 전 총장 일가를 중심으로 한 독단적 학원운영에 대한 구성원들의 118일에 달하는 장기농성과 투쟁 끝에 교육부가 정애리시 이사장(박철웅 전 총장의 부인)을 비롯한 이사진을 해임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20년간 지속되어온 임시이사체제를 종결하고 ‘민주적 정이사 체제’를 확립하는 것은 비단 조선대 구성원들만이 아닌, 조선대를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소망일 것이다.

더욱이 2007년경부터 교육부가 조선대에 대해 임시이사체제를 청산하고 정이사 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 보고하라고 독촉함에 따라, 조선대는 대학자치운영협의회(大自協)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 끝에 나름의 방안과 이사후보 명단을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私紛委)의 지루한 논의를 거쳐 당초의 태도와는 달리 다시 임시이사를 파견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함으로써 조선대 구성원을 실망시켰고 분노케 하였다. 이러한 교육부의 방침에 대한 조선대 구성원들의 우려와 반발은 조선대의 운명을 결정할 사분위의 장래와 결부되고 있다.

즉 참여정부 하에서 임명된 사분위 위원들의 임기가 2009년 12월로 끝나게 됨에 따라 보수적 성격이 강한 이명박 정부에 의해 임명될 위원들의 성향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그들의 손에 조선대의 운명이 맡겨질 때 그 장래는 너무나 자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대 구성원들은 이러한 우려가 지금까지의 사분위 논의과정을 통해서 이미 드러났다고 보고 있으며, 내년에 새롭게 구성될 사분위에서는 조선대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할 통로가 거의 단절될 수밖에 없는 반면, 구 경영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1988년 2월 구 경영진이 축출되고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유는 장기간에 걸친 학생들의 농성으로 말미암은 학사운영의 문제점 때문이었고, 학생들의 농성은 구 경영진의 독단적 학원운영 즉, 다수 교수의 해직과 학생 제적 등에 그 원인이 있었다.

따라서 오늘날 대학 구성원들이 구 경영진의 복귀를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로 꼽는 비리(非理)문제는 임시이사가 파견되고 3월 들어 해직교수들이 복직된 이후 구성된 「구 경영진 비리조사위원회」의 활동 결과 드러난 것인 바, 조사위원회는 3개월에 이르는 조사 결과 지난 30여 년간 구 경영진이 학교에서 횡령?착복한 금액이 당시 금액으로 425억 원에 이른다고 발표하였고 학교법인 이사회(이사장: 안용섭)에서는 광주지검에 관련자를 고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조선대 문제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연 조선대의 설립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교육부 관리들의 일관된 입장이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학(私學)에서 그 파견 사유가 해소되는 경우 전 경영진에게 학교를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여기에서 전 경영진은 대개 설립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1946년 설립된 조선대의 설립자는 상당기간 故 박철웅 전 총장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1960년대까지만 해도 박철웅 전 총장 스스로도 조선대의 설립은 ‘설립동지회’의 설립기금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대 설립 = 박철웅」이라는 것 또한 사실로 인식되어져 왔다.

왜냐하면 설립 초기 존재했던 설립동지회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있으며, 그 회장 또한 박철웅 씨였는가 하면 더 나아가서는 누가 설립자인가를 굳이 따질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 학원민주화운동 후 대학에서 해직된 교수들을 중심으로 밝혀낸 바에 의하면, 조선대의 설립은 확실히 설립동지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취지에 공감하여 설립기금을 낸 숫자만도 72,000여 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즉 박철웅 전 총장의 가산(家産)상황으로 보아 그 자신이 설립에 필요한 재산을 출연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는 여러 증언이 존재하는가 하면, 설립동지회에서 기금을 낸 사람들에게 발부한 영수증 등 다수의 증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에 이르러서는 조선대의 설립자는 해방 직후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학 설립 취지에 공감하여 기금을 낸 ‘설립동지회원’들이며, 이러한 설립 역사가 30여 년에 걸친 학원경영과정을 통하여 구 경영진에 의하여 박철웅 씨 단독 설립으로 왜곡되어져 왔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특히 필자가 해방 이후 광주시장과 전라남도지사를 역임한 서민호 선생의 생애에 대해 연구한 바에 의하면, 조선대의 설립에는 박철웅 씨 못지않게 서민호 씨의 공로가 크다는 것도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즉 서민호 씨는 동향(同鄕) 후배인 박철웅 씨를 광주시 총무과장과 전라남도 운수과장으로 발탁하여 그로 하여금 대학 설립의 준비를 위해 도청 소유 차량을 마음껏 사용토록 하고, 지사 명의로 사장, 군수에게 협조 지시 공문을 보내는 등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조선대의 설립은 호남을 중심으로 한 민중이 그 주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조선대가 스스로를 민립대학(民立大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필자는 조선대 문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해결책이 도모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지역민의 의사가 상당 부분 존중되어야 하고 또 실제로 지역민의 관심과 애정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조선대의 장래는 밝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임시이사 파견과 수용은 조선대 문제의 끝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관건은 내년 초로 예정된 정이사(正理事)선임 때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학내 구성원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 또한 정이사가 어떻게 선임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시작하는 아량과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다.

최근 일부 학내 교수들과 구 경영진 쪽 사람들이 정체불명의 ‘정상화추진위원회’와 ‘동창회’를 구성하여 여론을 호도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자기사람 심기’의 일환으로 논의가 변질된다면 이는 지역사회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학내 구성원은 아집대신 열린 마음을, 구 경영진은 대학 탈취가 아닌 故 박철웅 씨에 대한 명예회복의 정신을, 지역사회는 애정과 관심을 가질 때만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조선대 문제의 원만한 해결책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