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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사회 안에 잔존하는 사람의 희망을 담으며......

광주롯데화랑 창작지원전‘이정기 개인전 - 돼지, 꿈을 꾸다!’

광주롯데화랑의 2009년 창작지원전이 이정기 작가의 개인전으로 시작된다. ‘돼지, 꿈을 꾸다!’라는 주제로 세 번째 개인전을 갖는 이정기 작가는 경쟁적인 소비사회와 허영심을 이야기한다.

언젠가 집 근처 골목에서 버려진 채 나뒹구는 돼지저금통을 보았다. 돼지 저금통은 의미 그대로 방치되어있었다. 내 기억 속의 돼지저금통은 유년시절, 저축의 상징이었으며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그야말로 효과적인 물건이다.

7~80년대에는 정부의 주도로 저축을 장려했다. 동전을 들고 은행에 저축하러 갔던 기억은 애틋하고 정감 어린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절약과 저축이 미덕이었던 시절이 가버린 듯 하다. 성인이 되어서 찾은 은행의 문턱은 너무 높았다. 동전을 가득 채운 돼지저금통을 은행에 들고 가기라도 하면, 바쁜 은행업무 때문인지 직원의 눈초리가 매섭다.

동전은 작은 단위의 화폐이지만 그 존재 자체로서 가치가 있으며, 유년시절 동전을 손에 담으며 느꼈던 소중함과 충만함은 아직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

누구나 일확천금을 꿈꾼다. 그러나 대가없는 큰 재물은 쉽게 나가거나 다른 손실이 따른다. 인간의 욕심은 경쟁적인 소비와 허영심을 낳고, 이로 인해 빈부차이, 혹은 상대적 박탈감 등의 기분 좋지 않은 어휘들이 파생된다. 더 나아가 소외된 자신의 비관으로까지 발전한다. 잔혹한 범죄나 부도덕한 부조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이러한 인간성의 상실이 단순히 사회 탓이겠는가!

나에게 돼지저금통은 여전히 희망의 상징이다. 어느 지방공무원의 돼지저금통을 통한 20여년의 이웃사랑. 대구 열두 살 소녀의‘천사의 돼지저금통’이야기 등, 그 정성과 사랑은 그 무엇보다 값지게 다가온다.

*작업노트 중

작가는 2007년 개인전 ‘기념비적 유물’에서 현대사회의 전반적인 불협화음이나 행태를 유물의 개념으로 치환, 현대인에게 반성적 시각을 던져주고자 했다. 환경 파괴, 현대인들의 무분별한 소비성, 도시공간에서 느껴지는 인간성의 상실과 허탈감 등,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이러한 요소들을 현대인이 만들어 낸 유물로 간주하였다. 더불어 그들이 만들어낸 쓰레기에서 재해석한 ‘유물’을 통해 현대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역설하고자 했다.

2007년 개인전에서 주로 사용했던 깨진 거울이 이번 작품에는 평면화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작가가 의도하는 깨진 거울의 도상은 두 개의 자아를 의미한다.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는 '나'와 그것을 의식하는 반성적 자아로서의 '나'이다. 파편화된 거울을 통해서 나를 보지만 내가 아닌 것이다. 거울은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게 하는 반성적 교훈을 만들어 준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형태를 이용해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파편화된 형태들은 익숙히 접해온 돼지저금통의 형상을 띤다. 소비사회의 가벼움과 얄팍함을 상징하듯 파스텔 톤의 가벼운 색감이 주를 이루며, 도상 뒤로 하잘 것 없는 가치로 평가되는 동전들이 부유한다. 작가는 재화, 자본, 경제적 부유함 등의 소유가치가 인간이 가져야할 근본적인 삶의 메시지를 왜곡하고, 급기야는 그 본질이 전도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더불어 누구나 접해봤을 법한 돼지저금통을 통해 사람 자체에 대한 희망을 드러낸다.

이정기 작가는 우리 삶을 이끄는 원동력을 경제적인 논리와 이익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좀더 풍성하게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람 본연의 마음에서 찾기를 희망한다.

이번 전시가 무엇을 얼마나 갖느냐의 가치가 아닌 어떻게 사느냐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자리로 역할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