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광주롯데화랑에서 한국화 그룹, 세발까마귀회의 열두 번째 정기전이 열린다.

주제는 ‘怒’ (화내다, 성내다 노)로 각자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언급한다. 세발까마귀전은 전남대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 모임으로 2-30대의 젊은 작가들이 주축을 이룬다. 고구려 건국 설화의 상징이면서 자존감을 나타내는 세발까마귀처럼 한국화의 전통을 잇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화의 현대적인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1997년 창립 이래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자유로이 풀어놓는 자리이다. 참여 작가는 졸업생과 재학생으로 구성되어있고 거침없이, 때로는 은유적으로 그 참신한 시선을 드러낸다.

김고운의 ‘盧, 怒, 嫪(노, 노, 노)’라는 제목의 작품에서는 노란 종이비행기가 등장한다. 불과 한 달 전에 있었던 국상(國喪)을 떠올리게 한다. 민생의 안정은 고사하고 서로의 이권 다툼에 분주한 지금의 정치문화에 대한 회의감, 노여움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버리지 못하는 소시민들의 희망을 누구나 그 의미를 알아볼 수 있는 ‘노란 종이비행기’를 통해 이야기한다.

이두환의 ‘L씨의 도발’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지금의 풍토를 희화화한다. 인물의 일그러진 형상과 함께 촛불 형상의 우스꽝스러운 손동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박경윤의 'U.S.A ship'과 최정아의 ‘無 개념 사람들’ 또한 비슷한 어조이다.

정현경은 ‘굴레’라는 작품에서 진정한 자유를 허락하지 않은 채 그 정신이 함몰되어버린 현재를 비판하고 있고, 윤준영의 ‘Breakdown’과 정인선의 ‘불온시대’ 또한 유사한 관점에서 폭력과 불온(不穩)의 형국을 묘사한다. 임보라의 ‘뜨거운 산’과 조성훈의 ‘고양이 군중’, 문현종의 ‘폭발’은 시대를 함께 하는 군중들의 시각과 태도를 때로는 반성적 · 은유적으로 혹은 직접적으로 제기한다.

흔히 기성세대에서는 젊은 세대를 두고 개인주의와 이기심에 젖어있다고 비판한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혀를 차기 십상이지만, 과거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여전히 젊은이들은 지금의 사회를 주목하고 있다. 물론 그 방법과 어조는 시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번 그룹전이 조금이나마 그 관점을 증명할 수 있는 자리로 역할 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