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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최상의 선물 중의 하나가 과일일 것이다. 과일은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며 불멸과 다산에 대한 염원을 품고 있다. 태초부터 인간이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온 동반자이자 건강을 돕는 소중한 식품이다. 미각은 계속 발달되어 왔지만 대개는 달거나 즙이 많아 사람들이 먹으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식품 중의 하나이다.

과일은 고유의 단맛이나 쓴맛, 신맛, 떫은맛에 향과 과육의 조직, 수분의 함량 등이 결합하여 독특한 맛을 낸다. 그러나 좋아하는 과일에 대한 견해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서리가 내리면 과육에 향기를 더하는 모과는 한자로 목과(木瓜)에서 따온 것으로 나무참외라는 뜻이다. 딱딱하고 떫은맛에 ‘ 모과도 과일이냐’는 말도 있고, 흔히 못생긴 사람을 가리켜“ 모과같이 생겼다”고 비유하기도 하지만 옛사람들은 모과를 심어 차와 약재로 먹어왔다.

모과는 과육이 단단한 석세포로 날 것으로는 먹을 수 없어 과일대접을 못 받았다. 그러나 비길 데 없는 향기로 풍류를 즐기는 선비의 문갑 위에서 모과다움을 과시했었다.

모과를 처음 보게 되면 네 번 놀란다 한다. 울퉁불퉁 못생긴 모양에, 노란 열매의 향기로움에, 아름다운 꽃에, 건강을 지키는 한약재라는데.

모과는 목의 질병에 좋은 대표적인 과일이다. 본초강목에도 ‘ 주독을 풀고 가래를 제거한다.'하고 한방에서는 해소, 감기 등으로 기침을 심하게 할 경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모과에 5％정도 함유되어 있는 과당은 혈당의 상승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그밖에 무기질이 풍부하고, 신맛은 신진대사를 도와 소화를 촉진시키며, 떫은맛의 타닌 성분은 설사에도 유효하다

모과 열매는 세로로 반을 갈라 햇볕에 말렸다가 이용하거나, 물에 모과를 넣고 약 5분간 끓인 후 껍질에 주름이 생길 때까지 햇볕에 말려 사용하면 좋다. 향기는 좋지만 시고 떫어서 얇게 저며서 설탕이나 꿀에 재워서 모과청을 만들어 쓴다. 모과를 말리지 않고 살짝 삶아 꿀이나 설탕에 절였다 끓일 수도 있다. 차로 마실 때는 얇게 저민 유자나 유자청을 곁들이면 좋다. 꿀대신 소주를 부으면 건강주인 모과술이 된다. 말린 모과로 모과주를 만들 때는 2～3개월 이상 묵힐수록 좋다.

술을 건진 후 모과는 버리지 말고 얇게 썰어서 푹 끓이면 부드러워진다. 여기에 설탕을 넣어 뭉근하게 조려서 뜨거울 때 잘 으깨면 맛있는 잼이 된다. 다 된 모과 잼은 1～2 작은술씩 따뜻한 물에 타서 기침이 날 때 마시면 감기에도 잘 듣고 기관지를 튼튼하게 한다.

그뿐 아니라 모과 찌꺼기는 말려두었다가 주머니에 한 줌씩 넣고 10여분 정도 우려낸 다음 목욕하면 아주 개운하다.

그 외 슬기로운 민속식으로는 모과껍질을 벗겨 푹 삶아 내어 꿀에 담가서 삭인 모과숙, 삶은 모과를 으깨어 꿀을 넣고 되직하게 끓여낸 모과정과, 말린 모과가루에 뜨물과 생강즙을 섞은 모과죽, 모과가루에 녹말과 꿀을 넣고 끓여 만든 모과떡 등이 있다.

모과나무는 열매뿐 아니라 광택과 붉은 재질이 아름다워 모과나무로 만든 장롱을 화류장( 樺榴欌)이라 하여 귀하게 여겼다. 또 화류목(樺榴木)은 옷에 차고 다니는 작은칼 장도( 裝刀)의 자루와 칼집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였다.

모과나무는 정자목으로도 훌륭하다. 꽃은 분홍색으로 아름답고, 줄기는 비늘모양으로 벗겨져 무늬가 있으며 매끄럽고 과일은 노랗게 익으면 가지가 휘어 늘어지고 향기가 진동하니 즐겨 심는 나무의 수종에 속했다.

모과나무의 노고수들이 대개 집 주위에 심었다. 그 유래를 보면 ‘ 내가 내일 죽을 지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 던 스피노자보다 우리 조상은 후세를 위해 모과나무를 심었는지도 모른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