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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롯데화랑에서 박성숙 작가의 초대전을 갖는다. 8월 20일(목)부터 9월 2일(수)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얼굴’이다. 얼굴은 사람을 대할 때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부분이다. 단순한 듯한 전시 타이틀은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젊은 작가의 고민과 방황을 가식 없이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에서 정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화가(畵家)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을 의미한다. 매체의 홍수 속에 사는 지금에 있어, 화가는 다소 생경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 표현 행위가 원초적이고 일차적이어서 쉬이 인식되기도 하지만, 제대로 화업을 지탱하는 이는 점점 희소하다.

한 때 캔버스의 시대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개념 자체를 예술로 인정, 작가의 자유의지와 선택에 의해 미술의 경계를 구분 짓는 흐름을 지속하면서, 시각매체의 폭력과 무책임함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렇듯 현대의 예술이 공해 아닌 공해를 낳으면서 그리는 행위의 숭고함은 다소 감상적이고 퀴퀴한 정서로 오인 받아왔다.

서른을 갓 넘긴 박성숙 작가의 그림은 심심하고 지루하다. 대학을 마치고 유학길로 들어선 그가 택한 곳은 중국이었다. 개방정책에 따른 급작스러운 풍요로움은 중국 현대미술에 시각적인 현란함을 선사했다. 작가가 어떠한 쟁점에 천착해서 중국행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으나, 그 간의 작업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제대로, 잘 그려보기 위한’ 마음이 강해서인 듯 하다.

나를 통해 나오는 느낌을 미리 규정해 놓지는 않는다. 반드시 화려할 이유도 없다. 내 눈 앞에 펼쳐진 형태를 따라가 본다. 이미지는 두 눈으로 담지만 그 이상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느낌을 쫓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때로는 표현의 방법을 인지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급변하는 시대를 반영하듯 촉각을 곤두세우며 새로운 것을 쫓을 것인가, 혹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쉬이 변하지 않는 진정을 찾을 것인가......,양 극단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아마도 후자를 택할 듯 하다.

작업노트 中 -

이번 초대전은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인물과누드파스텔, 드로잉 작품들을 선보이는데, 전반적으로 습작의 느낌이 강하다. 과슈와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인물은 주로 가까운 시점에서 그려졌고, 인물을 에워싸고 있는 공기는 건조하다. 주제 의식은 배제한 채 그저 그린 이의 손놀림만 강하게 묻어나온다. 이러한 성향은 파스텔과 드로잉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작업 일지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그리는 행위의 근본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다. 장식성 강한 지역미술의 폐쇄성이 두려웠던 작가의 행로, 혹은 다짐, 의식이 아직은 채 정리되지 않은 채 부유하고 있지만, 재현의 힘을 믿으며 돌파구를 찾고 있는 작가의 여정은 고무적이다.

작가는 난해한 형식이든 고전적인 방법론이든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힘은 진실성이라고 믿는다. 더불어 화폭에 공기가 흐르고 그러한 공기와 기운을 동시대의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본 초대전은 설익은 작품세계에 방황하고 있는 젊은 화가에게 세상과 교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를 당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작가의 첫 개인전에 선배 화가들의 조언과 질책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 박성국 작가 약력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졸업

중국 청화대학교 미술학원 미술학 석사 유화전공 졸업

개인전 / 2009 롯데화랑 초대전 ‘얼굴’(롯데화랑, 광주)

수상경력 / 2000 단원미술대전 특선, 2001 나혜석미술대전 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