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바닷물 닿는 곳에 화교가 있다’라는 말은 세계 구석구석에 화교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그레이브는 ‘보이지 않는 제국, 화교’라는 저서에서 화교를 ‘어느 한 국가에 속하지 않는 세계적 규모의 세력’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화교의 역사는 1882년 임오군란 때 한국에 파견된 군대를 따라온 40여명의 상인들이 한국 화교의 효시(嚆矢)다. 같은 해 청나라와 통상조약을 맺어 화교 유입의 길이 터지자 주로 산동성 연대시 출신들이 서해를 건너왔다.

구한말 때 서울과 인천에 약 300명정도의 화교가 있었는데 상업을 천시했던 당시 우리나라의 풍조에 힘입어 급속도로 주변상권을 장악했다.

1923년에는 6천명에 이르렀으며, 1970년대는 12만명에 이르기까지 번성하던 화교사회는 한국적 풍토를 견디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부분 대만 국적을 가진 화교들은 1992년 한중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교 후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가 내려지던 날 많은 화교들은 눈물을 흘렸다.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부근은 한국 화교 상권의 중심지였다. 예전에는 인근 한성소학교의 화교어린이들의 재잘거림과 중국 음식점 및 각종 가게의 한문간판이 어우러져 ‘차이나타운’ 특유의 활기가 넘쳐 났었다.

화교학생들은 이곳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의 정치나 문화 역사 등을 공부하는데, 대만에 있는 일반고등학교와 똑 같은 교과과정을 이수한다.

현재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는 약 2만명이며, 1970년대에 비하면 너무나 줄어들었다. 주로 대도시에 몰려 살고 있으나 과거의 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화교사회는 왜 쇠락하고 있을까. 화교들이 한국을 등지는 이유는 한국사회의 법적 제도적 차별이었다. 1997년 관련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교육받으며, 한국여성과 결혼을 했어도 은행대출이나 자기 이름으로 집 한 채 갖기 어려웠다.

1997년 이후 개정법으로 외국인도 주식 또는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국적법이 바뀌어 국제 결혼한 한국여성의 자녀들도 한국 국적취득이 가능해졌으며 거주지 등록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었다.

화교의 직업은 식당업이 주류를 이루고 중국 음식점이 전국적으로 500여 곳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주역은 20～30대의 젊은층, 이들은 중국대륙을 겨냥한 무역이나 여행업에 주력하고 있다. 또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한국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화교들은 대만에 가면 한국사람 취급을 받는데 한국에서는 철저히 '외국인'대접을 받는다. 우리 한국사회는 앞으로 화교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고 이해하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그래야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되는 것이다.

이제 신(新)화교 몰려오고 있다. 글로벌 마인드와 신지식으로 무장한 신화교는 오랜 시간 한국 땅에서 규제와 차별에 억눌려온 노(老)화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화교는 중국음식점 경영이나 통역가이드, 한의사 등 제한적인 직업을 가진 한국사회의 잊혀진 소수였다. 반면 신화교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에서 글로벌 교육을 받고, 한국 내에서도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최첨단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노(老)화교가 한국 땅에 뿌리를 내리고 대대손손 정착한 사람들만을 지칭했다면, 신화교는 국제화, 개방화 시대에 중국인 출신으로 한국에 새롭게 진출해 일하는 사람들을 통칭한다.

앞으로 신화교 숫자가 10만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 중 대학 이상을 졸업한 엘리트도 기존 화교 2만의 2배를 넘는 5만 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현재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의 숫자가 1500개를 넘어섰다. 그리고 한국을 제2의 고국으로 생각하는 신화교의 숫자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내 중국기업 근무를 통해서가 아니라, 아예 한국기업에 근무하며 한국 땅에 정착하는 신화교의 숫자도 늘고 있다. 모 기업이 중국인 을 선발한 것은 이들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로 받아들여져 화교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신화교의 급성장으로 이들을 기존 화교사회로 끌어안기 위한 단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에, 중국 교민협회‘ 가 만들어진 데 이어, 인천. 광주 등 화평통일촉진회가 설립됐다.

대만 대표부의 지원을 받는 기존 화교협회와는 달리 중국 대사관의 후원을 받고, 중국 대륙 출신의 신화교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신화교를 기존 화교사회로 끌어들여 화교 전체의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신화교의 적극적인 한국사회 진입은 기존 화교사회에 희망과 동시에 위기감도 던져주고 있다. 화교 3세, 4세들은 여전히 대만국적을 가진'이방인'취급을 받는 반면, 중국 본토 출신의 신화교는 중국경제 급성장에 따른 수혜를 받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편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는 화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있는 것 같다. 마치 일본에 있는 민단과 조총련과의 관계가 될 것 같지나 않을까 생각한다

◆著者姜元求 박사의 프로필

現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現 동신대학교 초빙교수. 現광주여행문화원 원장/現 중국 심양시 명예시민/ 前 전국시도관광협회연합회장/前 광주광역시관광협회장/ 前 광주권발전연구소장/前광주상아탑학원 원장

연락처 :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062)652-8800 http://www.hanjoong.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