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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괴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 서민의 애환을 그린 가곡 ‘ 명태’의 가사다.

명태(明太)는 조선조 중엽 함북 명천군(明川郡)에 살던 태모(太某)씨가 잡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는 이름 없는 고기는 먹어서는 안 된다고 버려졌던 생선이 이제는 서민의 일상에 뺄 수 없는 생선이 되었다.

갓 잡았을 때는 생태, 얼린 것은 동태, 바짝 말린 것은 북어, 물기 있게 꾸덕꾸덕 말린 것은 코다리,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노랗에 말린 것은 황태, 가을에 잡으면 추태, 동지에 잡힌 것은 동지바지, 강원도에서 나는 것은 강태, 근해에서 잡으면 지방태, 그물로 건져 올리면 망태, 크기가 작으면 애기태, 새끼는 노가리..........

정문기가 쓴 「 어류박물지」라는 책에는 명태의 이름이 무려 19가지가 실려 있다. 그만큼 명태가 예부터 우리 식생활에 흔하고 친근한 생선이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먹었다는 뜻이겠다.

명태는 1월에 알이 꽉 차고 살이 통통히 올라 가장 맛있을 때로 꼽힌다. 겨울철 보양식으로고 만점이다. 간을 보호해주고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영양식품이기도 하다. 명태의 매력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다.,

과음하면 쓰린 속을 풀어줄 술국으로는 북어국이 최고다. 북어는 다른 생선보다 지방함량이 적어 맛이 개운하고 혹사한 간을 보호해주는 메티오닌, 리신, 트립토판 등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해장국에 좋다.

감기몸살을 앓을 때도 국을 끓여 뜨겁게 마시면 몸이 가벼워지고 회복이 빨라진다. 비린내가 없어 찌개로 끓여도 시원하다.

황태는 ‘ 겨울 산이 빚은 작품’ 이라고 부른다. 동해안에서 건져 올린 명태를 강원도 진부령 대관령의 고산지대에 있는 덕장에서 말리는데 낮에는 마르다가 밤이면 땡땡 언다. 얼다 녹다를 반복하며 마른명태는 황태가 된다.

색은 노릇노릇해지고 살은 통통하면서 연하여 더덕처럼 부풀어 올랐다. 육질은 푹신푹신 하고 입안에 넣으면 쫄깃쫄깃하다. 더덕처럼 보인다하여 더덕북어라고 하는 가장 상품의 북어이다.

황태와 북어를 동격으로 치면 황태가 억울하다. 북어는 ‘ 따뜻한’ 바닷가에서 한 달 정도 말린 것이다. 북어는 제사나 굿, 고사를 지낼 때 빠지지 않는 제숫거리이며, 값이 싸면서도 겨울철 입맛을 돋구는 뺄 수 없는 생선이다.

황태는 전체 영양성분의 55～65%가 필수 아미노산 등 단백질이다. 황태가 되면서 4～5개월간 단백질이 2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칼슘, 인, 칼륨 등 무기질성분도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그러나 북어는 그렇지 않다.

황태의 지방함량은 2% 정도에 불과하다. 콜레스테롤도 거의 없고, 칼로리도 낮아 최고의 다이어트식품으로 꼽힌다.

한방에서도 황태는 몸 안에 축적된 술독을 제거하는데 탁월하다고 한다. 감기 몸살에 걸렸을 때 황태콩나물국을 먹으면 땀을 쉽게 내 증상이 완화된다고 한다. 황태는 소화흡수 되기 쉽고, 콩나물에 든 비타민 C와 아스파라긴산이 알콜 분해를 돕기 때문에 최고의 식품궁합이 된다.

명태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살은 국이나 전유어, 찜, 찌개를 끓이고, 내장은 창란젖, 대가리는 귀세미젖, 알은 명란젓,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로 먹는다. 명태눈에는 비타민 A와 젤라틴 이 많아 시력보호와 피부에도 좋다. 명태 창자도 영양이 많으니 버리지 말고 먹는 것이 좋다. 북어 껍질로 끓인 어글탕과 함경도의 동태순대도 일미이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