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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實用)을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참여정부 하에서 추진되었던 여러 정책들이 축소되거나 그 내용이 변질되면서 국민들을 황당케 하고 있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 ‘일관성’이고, 일관성이 유지될 때만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세종시’로 명명된 행정수도복합도시의 건설에 대해서도 정운찬 총리후보자의 입을 통해 그 효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케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전 대상 정부 기관을 축소할 의도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나주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진행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전 대상기관의 책임자들 간에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원래 아무리 지역균형발전이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교육·연구기관을 제외한 행정기관의 지방 이전에 반대했던 사람이지만, 많은 논의를 거쳐 국민적 합의로 정착된 상황에서 그 정책은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만약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여 전임 정부에서 결정·추진된 정책이 포기되거나 무산되어 버린다면, 거기에서 비롯된 혼란은 곧 국가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지금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도 다음 정부에서 재검토할 수 있게 되어 전국의 주요 강이 중단된 공사로 인해 대 혼란에 빠지지 말란 법이 없지 않겠는가. 따라서 정책의 결정은 신중히 하되, 한번 결정된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등장 2년이 가까워지면서, 이정부의 국토개발계획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효율성을 내세운 선택과 집중이 정책의 기본원리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가 출신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그려낼 수 있는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어찌 한 기업을 경영하는 일과 같을 수 있겠는가.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면 그만이지만, 국정은 효율과 함께 민복(民福)이 도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MB정부의 국토개발계획의 맹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효율성을 우선시한 수도권 중심의 개발계획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는 지금 당장 보다는 먼 훗날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8%가 집중되어 있는가 하면,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8.5%와 지역내총생산(GTDP)의 47.8%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개발 예산의 상당부분을 수도권에 투자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지역의 경제현황을 총체적으로 집약할 수 있는 시도별 재정자립도에서도 서울이 95.5%, 경기도가 78.8%, 인천이 75.9%인데 반해 광주가 59.8%, 전남이 21.1%인 점을 감안한다면, 중앙정부의 역할은 이들 조건이 열악한 지방에 대한 배려에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 훨씬 설득력을 지닌다고 하겠다.

최근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그 동안 무분별한 수도권 개발과 팽창을 억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수도권개발특별법’ 개정이 발의되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수도권 개발의 법적 제약마저 폐기함으로써 그린벨트의 해제와 공장의 신·증설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곧 지방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MB정부의 수도권 위주의 개발정책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깊은 상실감을 가져다줌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에 역행하게 될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