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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혈기 왕성한 사람을 빼고는 전쟁만큼 나쁜 정신적 전율이다. 모든 정신이 그곳에 집중되는 진흙탕 목욕이다. 함에도 고대 로마의 공화(共和)정치에서는 공무원도 선거로 뽑고 또 선거에서 발탁이 돼야 만이 승진도 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선거에 의하지 않고 처음부터 요직에 발탁된다는 법이 없었기에, 지금 우리나라처럼 선거가 무척 잦았다. 입후보자는 1년 전부터 유세가 허락되었는데 이 유세를 '안비티오'라 했다. 매수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와 같은 공무원들의 선거가 없어졌다.

총선, 지방선거 등이 있지만 깨끗한 선거를 치루고 있다. 한데 지금 우리나라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구린내를 풍기고 있다. 이렇다보니 광주, 전남 일부지역 관가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특히 도내 22개 지자체 가운데 단체장이 직을 상실하거나 재판에 계류 중인 4~5개 지자체 공무원 사회에서는 이미 눈치 보기와 줄서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 단체장이 2선과 3선을 바라보는 지자체의 경우 현직 단체장 조직과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바라는 '반(反)단체장' 파간 '내편, 네편'식 편가름 조직도 보이는 등 지역 공직사회가 내년 선거를 의식해 술렁이고 있다.

화순군의 경우 현 군수와 전 구수간의 비방과 고소사태로 지역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일선지자체 등에 따르면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도내 기초단체장은 박연수 진도군수를 비롯해 3~4명에 이르고 있다.

또 김충식 해남군수는 지난 5월 선거법 위반혐의로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에 고발됐다. 신정훈 나주 시장은 6월 4일 국고보조금 부당지급과 관련된 항소심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곧바로 직무정지에 들어갔다.

이정섭 담양군수는 비리로 항소심에서 1년형을 선고받고 군수직을 잃었다. 이처럼 현직 단체장의 자리가 위태로운 지역이 늘어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거에 개입한 대다수 공무원들은 향후 사법처리 결과와 내년 선거 방향 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담양군수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유창종(56) 전 광주정부통합전산센터장이 지난 6월 30일 명예 퇴임했다. 이밖에 정해균(60) 여수부시장과 정현복(60) 광양부시장 등도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각각 공로 연수와 명예퇴직을 선택했으며, 허남석 곡성경찰서장도 지난 6월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 외에도 광주, 전남 자치단체의 상당수 간부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이 선거결과에 따라 인사 불이익 등을 우려해 차기를 노리는 유력 입지자에게 줄을 서는가 하면, 현 단체장이 조직 이탈을 막기 위해 이미 '적군'과 '아군'으로 구분 지어졌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또 그동안 승진을 위해 현 단체장에게 충성을 다한 일부 공무원들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올 하반기 인사에서 승진 대열에 끼기 위해 긴장하고 있다. 이처럼 공직사회의 선거 조기 과열 조짐으로 인해 균열과 지역내 분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직 한 단체장은 "아무리 선거법이 강화되더라도 현 단체장은 간접 선거운동이 가능해 매표행위는 사라지기 힘들다."며 "선거 이후 인물에 대한 평가와 맞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우스겟 소리로 30억짜리 청장 왔다,

50억짜리 시장 왔다 등의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렇다보니 우사나 돈사에서만 더러운 냄새가 나는 게 아니라 정치판 곳곳에서 냄새가 진동하다. 그래도 이런 정치판에 가겠다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을 보면 권력이 좋긴 좋은가 보다.

고운석 <시인. 남구발전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