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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롯데화랑에서 안정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주제는 ‘결핍의 상태; 아귀'이다. 2006년 1회 개인전 이후 두 번째 개인 발표전인 이번 전시의 내용은 탐욕과 소유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 개인전 ’SHOP'에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를 팔다’라는 기치 아래 사적 기억, 이미지, 자신의 부산물인 작품세계 등을 설치, 영상, 퍼포먼스를 통해 고스란히 표출했다.

유흥주점의 전단지를 차용한 전시홍보물이나 ‘다방 아가씨’와 같은 분장을 통해 그야말로 ‘나’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개인전은 나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파생된 자기만의 탐욕, 그리고 현대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소유욕의 허상에 대해 언급한다.

전시의 주제에 언급된 아귀(餓鬼)는 불교 팔부 중 하나로 전생에 계율을 어기거나 탐욕을 부려 아귀도에 떨어진 귀신을 뜻한다. 그 형상은 피골상접한 몸에 배는 볼록하며, 목구멍은 바늘구멍 같아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태이다.

이에 늘 굶주림으로 괴로워하며 끊임없이 허기를 채우려한다. 작가는 현대사회의 풍요로움 이면에 잔존하는 내재적 공허함을 아귀의 현상을 들어 술회한다.

『매일 허기를 채우기도 어려웠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무수한 이들이 비만으로 인해 식사량을 조절해야 할 정도로 풍요로운 시대이다. 이렇듯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시기에도 또 다른 배고픔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조금은 이상한 배고픔이다. 음식으로 배를 채워도 배고픔은 여전하다. 배는 찢어질 만큼 빵빵하고 여전히 많은 것을 입으로 밀어 넣고 있지만 나의 허기는 진정될 줄을 모른다. 물리적으로는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입을 통해, 의미 그대로 구강욕구를 통해 표현하는 듯 하다.

외로움을 느낄 때 나는 배고픔을 느낀다. 불룩한 배에 매번 굶주림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귀는 공허함으로 항상 허기져 있는 우리의 상태를 대변한다.』

- 작업노트 중

작품 <아귀 no.5>에서는 이러한 작가의 의견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화려한 메이크업에 각종 명품으로 치장한 작가는 기형적으로 가는 목을 뽐내듯 치켜들고 있다.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볼록한 배는 비닐 풍선 재질의 명품 가방과 좋은 대조를 이루며, 이 모든 현대사회의 구성물들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작품 <달콤한 인생>에서는 식도를 찌를 듯한 무수한 막대사탕이 채 소화되지 못하고 입 밖으로 역류하고 있다. 작가는 달콤함의 유혹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은 때때로 쓴맛을 느끼는 상황에 직면하게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회피하며 끝없는 달콤함만 추구하려 하는 인간의 허식을 다소 작위적인 구성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더불어 달콤함은 미각의 상실과 더불어 삶의 진짜 맛을 잃게 한다고 토로한다. 바늘구멍과 같은 아귀의 목구멍을 형상화한 작품 에서는 거친 쇠 재질의 바늘이 네 겹으로 집적되어 있다. 이렇듯 작가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설명이 필요한 애매한 화법으로 탐욕에 대해 언급하지만, 작가가 바라보는 욕망과 탐욕에 대한 단상은 일방적인 부정의 자세가 아닌 절충적 시선을 향한 과정이다.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정신적인 욕망, 즉 꿈과 이상 혹은 활기 넘칠 정도의 적극적인 삶의 태도 등을 언급하는 듯 하다. 안정 작가는 그 대안을 자신의 창작세계에서 찾으려 한다. 아직은 그 과정 중에 있고 풀어놓을 이야기들이 미완의 상태에서 부유하고 있지만, 작가가 제시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잠시나마 보편적인 삶의 자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