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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연말까지 국회는 가장 활기가 넘친다. 예산심의와 함께 국정감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예산 심의가 내년도의 국가 살림에 필요한 재정을 심의, 결정함으로써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이라면, 국정감사는 지금까지의 정부 시정 전반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림으로써 정부를 감독하는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타 정치선진국가들이 1년 내내 의회를 개회되는 것과는 달리 120일간의 정기국회와 필요시 임시국회를 개회하는 우리의 경우 정기국회에서의 활동은 의원 개개인은 물론이고, 여야 정당들 모두가 그들의 활동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 그를 통해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정기국회에서의 국정감사 활동은 국민들의 관심을 모을 수밖에 없지만, 특히 금년의 경우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4대강사업’의 적정설 논란과 함께 인사 청문회에서 불거진 정운찬 총리후보자의 정직성 문제로 여, 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말하면, 3권분립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곳이며, 따라서 국회의원은 소속정당을 떠나서 행정부에 대한 감독과 견제라는 임무에 보다 충실해야 하며 이는 우리 헌법에도 명문화되어 있다.

그러나 근대 민주정치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정당정치’이고, 의회주의를 관통하고 그것을 작동(作動)시키는 중요한 원리가 정당의 활동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원들이 소속정당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고, 그 결정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 정도(程度)에 있다.

지금 우리 국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처럼, 국회의원의 활동이 국민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소속정당의 지시에 복종하는 거수기의 역할만을 수행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저해요인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언론에는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의회의 심의과정에서 야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이 당론을 어기고 정부안에 찬성하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일은 미국에서는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정당에 대한 맹목적 복종만이 아닌, 국민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의원의 소신적 행동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국민적 관심, 특히 충청지역민의 지대한 관심사인 ‘세종신도시’건설을 둘러싸고도 소속정당을 떠나 의원 개개인의 치열한 논쟁이 나타날 수 있을 터인데도, 국회에서는 여야간 똑같은 목소리만 들려 올뿐 개인적 소신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정운찬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마찬가지이다. 한나라의 국무총리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능력뿐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존경심을 확보함으로써 국민통합에 일조하는 것이며, 이것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점에서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된 각종 의혹, 특히 의혹에 대한 해명의 불완전성은 도저히 총리로서는 적격해 보이지 않는데도 여당의원들은 하나같이 그것을 두둔하는데 바쁘기만 하니, 이러고서 어찌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1970년대 초 미국에서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그 직에서 물러난 원인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거짓말에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정치지도자의 정직성에 대해 선진국가의 국민들이 어떠한 잣대로 보고 있는가를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그러한 미비점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국민들은 참고 인내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제 우리의 국회제도도 지금까지 드러난 모순과 미비점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시기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