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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타이거즈의 우승 이후 열악한 야구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아쉬움과 걱정이 분출함에따라, 박광태 시장의 ‘돔구장’ 건설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에 대한 찬반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니 시장으로서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나올 법하다.

사실 필자는 당초 언론에서 대형 야구장 건설 필요성이 제기될 때, 인구 150만 미만의 도시규모와 광주의 재정 능력에 비추어 아직은 시기상조이고 우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는 서울에서 치러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기억되는 현재의 야구장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선수는 물론이고 관중들에게도 적지 않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개?보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시장의 대형 돔구장 건설 계획이 발표되었고, 지금 이 문제는 시의회에서도 격론이 벌어지는 등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이다.

시민의 여론을 외면할 수 없는 시장으로서는,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무언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법하며, 그러한 조급함이 건설계획의 조기 발표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조급함이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의 자율적 논의를 조금 더 지켜본 후 입장표명이 있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광주시가 기존 야구장의 개?보수가 아닌 새로운 야구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면, 그리고 시민이 보다 큰 규모의 야구장을 희망한다면, 그것은 일반 야구장이 아닌 돔구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번에 건설된 야구장은 5년, 10년 쓰고 버릴 것이 아닌, 적어도 30년, 50년 앞을 바라보는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광주의 인구도 200만을 훌쩍 뛰어 넘는 규모에 이를 것이고, 시민의 소비 수준 또한 훨씬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는 광주에 새로운 돔구장이 건설될 경우에, 그것이 야구장만으로 기능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야구장 주변을 복합 문화공원으로 가꾸되, 그 핵심에는 광주의 역사성(歷史性)을 채워 넣음으로써 100년, 200년 후에 광주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함께 생각해보자. 지금 광주 어느 곳에서 과거 광주를 위해 헌신해온 인물들의 행적을 한 곳에서 느껴볼 수 있는가. 광주에는 예술, 학문, 체육, 언론, 사회봉사 등 다방면에 걸쳐 말없이 노력하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적지 않는 인물들이 존재하고 있다. 먼 세월이 흐른 후 이들의 흔적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인가.

경상남도 함양군에는 1100년 전 고운 최치원 선생이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상림’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는 놀랍게도 함양군과 인연이 있는 역사적 인물들의 흉상이 한곳에 모아져 있는 ‘역사공원’이 있다. 필자는 그곳에서 조선조의 학자 김종직(金宗直)선생이 그곳 태생임을 알았고, 정여창(鄭汝昌) 또한 그곳 인물임을 알았다.

이제 돔구장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이쯤해서 접으면 어떨까 싶다. 어차피 광주시의 재정 형편상 시의 자체 예산으로는 건립이 불가피하다면 기업에 건설을 맡기고 부대사업을 주어 수익을 창출해 가도록 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시설 안에 광주의 비전이 담기고, 시민들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우는 일일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박광태 시장의 지혜와 포용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선거에 의해 당선된 시장의 직권이란 생각을 버리고, 가급적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비단 야구장으로서만이 아닌 광주의 역사와 현실이 함께 어울러져서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돔구장 건설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박광태 시장이 취해야 할 좋은 충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