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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입시안이 본고사 논란에 휩싸이며 여당 및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대가 최근 잇따른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이 혐의가 드러나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지난 7일 공대 조모 교수에 이어 24일 같은 대학 오모(55) 교수마저 연구비 횡령 혐의로 구속되자 서울대측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입시안을 놓고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이 계속 터져나와 서울대가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하고 있다”며 “총장을 비롯한 몇몇 책임 있는 교수들은 현 상황을 큰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서울대 공대 한민구 학장과 공대 보직교수 3명은 25일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정운찬 총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퇴의 변에서 한 학장은 “세계적 석학이었던 교수가 이런 일에 연루되어 더욱 안타깝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책임을 통감했다. 학내에서는 ‘공대 학장이 책임지고 물러난 만큼 정 총장을 이번 사건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지만 ‘정 총장 또한 책임을 피할수 없다’는 여론도 있어 여전히 책임의 주체와 수위를 놓고 서울대의 고심은 계속되고 있다.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도 서울대의 고민이다. 지난 22일 서울대 공대를 직접 방문해 공대 교수 8명의 연구비 사용 내역 등의 자료를 입수한 검찰은 구속된 오 교수 이외에도 추가로 이들에 대한 연구비 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노정혜 서울대 연구처장은 “검찰이 공대 교수들의 연구비 수주 상황을 파악해 금액이 크거나 과제 수가 많은 교수들을 임의로 8명을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 교수들이 특별히 문제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시 연구비 횡령 혐의가 들어날 경우 그 파장은 대학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서울대 자연대의 한 교수는 “입시안은 서울대가 입장을 고수할 명분이 있지만 연구비 유용은 형사상 문제가 되는 범죄행위여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연구비 집행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보직교수는 “연구비 청구 단계부터 한번 사용처가 정해지면 중간에 상황이 변해도 바꿀 수 없는 연구비의 경직성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입시안을 놓고 정부와 서울대의 대립이 한참인 때에 하필 연구비 문제가 터졌는지 모르겠다”며 조사시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이 교수는 “정부와 대립하면서 교육부에서 서울대 관련 예산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변창구 서울대 교무처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분명 서울대에 있고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히고 “현재 문제가 됐던 조모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를 검토중이고 오교수도 혐의가 확정되면 수사결과를 참조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은 그동안 서울대가 연구 이외의 윤리적 측면은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것 같다”며 “대학차원에서 연구비에 대한 회계감사를 벌이는 등 이번 일을 서울대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합리적인 연구비 집행 방안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최재승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