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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지방선거와 교육감 및 교육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루어질 6월을 앞두고 있는 내년 봄은 분명히 ‘정치의 계절’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정치의 계절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우리지역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특수성 때문인 것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특정 정당의 싹쓸이 현상 속에서 선거의 의미는 퇴색되고, ‘그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현실 속에서 유권자들의 선택권은 박탈당하고 있는 반면, 정치 지망생들은 유권자들보다는 공천권을 쥐고 있는 지역위원장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막대한 경비와 노력이 소요되는 본선거를 없애버리자는 일부의 항변도 억지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선택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주는 ‘정상적인 정치’를 위해 우리 모두 지혜와 힘을 발휘할 때이다.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다당경쟁체제(多黨競爭體制)가 가능하도록 정치지형을 바꿔 주어야 하며, 이는 곧 유권자들의 몫이다.

지난날 권위주의적 독재체제 속에서 민주회복을 위해 반독재투쟁 세력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던 우리 지역민의 선택에 대해서는 누구도 돌을 던질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10년 동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통하여 민주정치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들의 또 다른 선택에 의해 보수적 정치를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민주주의는 모든 것이 유권자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정치제도인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에 대하여 적지 않는 국민들이 우려를 표시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그 적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그 정통성(正統性)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까닭은 다름 아닌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등장한 정부이기 때문인 것이다.

반면에 우리 지역에서 치러지고 있는 각종 선거의 경우, 그 적법성의 요건은 구비하고 있지만,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권이라는 측면에서는 적지 않는 흠결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백화점과 구멍가게를 두고 자유롭게 경쟁하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정치권은 무엇 때문에 구멍가게 밀집지역에 대형마트의 진출을 억제하는 법률을 만드는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내에 우리 지역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자녀들이 수도권으로 진학하고, 영남으로 취직하려 가는가 하면, 타 지역 사람들이 우리 지역으로 이주하는 상황에서 우리 지역만 정치적 외딴섬(孤島)이 되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다. 수도권이야 여러 지역 출신이 혼거하는 곳이니 말할 것 없겠지만, 그토록 완고하다는 영남지역에서도 민노당 후보가 당선되고, 심지어는 민주당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은 그 지역 정치에서 ‘소금’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광주?전남 지역의 정치풍토가 바뀌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다름 아닌 집권 한나라당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전남을 포기하는 전략이 아니라, 어떻게든 이 지역에서도 당선자를 내겠다는 적극적 전략을 견지해야 하며, 여기에는 이 지역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의 집권 이후 지역개발 예산이 영남에 더욱 편중되고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지역균형발전과 국민화합을 아예 도외시하는 처사라고 할 수 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높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제 광주?전남의 정치 지형도 바뀌어야 한다. 이는 곧 지역의 정치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민주당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를 통하여 민주당의 정치적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고, 이는 곧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한 길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지역민들도 선거에 임해서는 ‘전략적 선택’을 할 때가 되었다고 하겠으며 이를 통하여 지역의 정치는 한층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수열 교수<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