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정부가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은 생명이 깨어나는 강, 새로운 대한민국을 지향한다.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며 지역 균형발전과 녹색성장 기반을 구축, 새로운 국토를 재창조한다는 이념을 담고 있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방식을 지켜보면서 문득 ‘상탁불하정(上濁下不淨)’이라는 옛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상탁불하정’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뜻이다. 이는 아랫물을 아무리 깨끗이 한들 위에서 더러운 물이 흘러내려오면 소용없음을 의미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산강 상류지역인 화순군의 화순천과 지석천의 상탁(上濁)을 막는 사업부터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영산강 살리기 사업 중 화순군 해당사업은 홍수예방사업으로 대규모 홍수조절지 조성과 기존 저수지 둑을 높이는 사업만이 반영된 상태다.

단순히 영산강의 홍수예방을 위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문전옥답이 홍수조절지 사업부지로 함몰되는 것에 주민들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홍수예방 외에 생태계 복원을 위해 상류지역에 자연지형을 이용한 소규모의 홍수조절지를 여러곳에 만드는 추세다. 그러므로 화순군 해당사업도 영산강 상류 샛강으로 흘러드는 오염원을 줄이는 작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마을하수처리장이나 하수관거 정비, 샛강 생태하천 조성에 사업비를 우선 배정해야 영산강도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국가의 장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업은 더디 가더라도 계획과 기술적인 문제를 치밀하게 검토하는 게 좋을 듯 싶다. 물론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방법론에 있어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국민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광주·전남의 내륙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화순군은 350만 시·도민의 식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화순군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주암댐 상류인 내남천 개선사업은 지난 2007년 홍수피해 이후 하천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생태환경을 복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백년대계 차원에서 설계를 하고 건천 방지용 보를 11개나 설치했다. 보 밑에는 통수관을 만들어 퇴적물이 쌓이지 않도록 했다. 또 4.5㎞에 달하는 천변도로에 편백나무를 심어 탐방로를 조성했는가 하면, 주변 야산과 농경지에 야생화와 한약초를 심었다.

홍수예방과 생태환경 복원차원에서 출발한 사업이 자연스럽게 화순군의 미래를 보장하는 테라피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필자는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사업의 축소판 모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수신문이 올해 한국사회의 모습을 비유한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徑)’을 선정했다는 최근 언론보도를 봤다. 방기곡경은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미디어법 등 굵직한 정부 정책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국민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샛길로 돌아갔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한다.

다소 더디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것을 순리대로 풀어가야 무리가 없다. 필자는 내년 호랑이해를 맞아 백두산호랑이가 전 세계를 향해 포효하자는 뜻으로 ‘맹호복초(猛虎伏草)’라는 사자성어를 추천하고 싶다.

전완준 <화순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