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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불법도청 테이프를 대거 압수함에 따라 그 불똥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 시절 실세들에게 옮아붙을 전망이다.

이들이 도청팀 구성·복원·유출·회수 등의 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영삼 정권 시절 복원된 불법도청팀 ‘미림’이 만든 불법도청 테이프가 274개나 발견됨에 따라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당시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검찰의 본격수사로 역대 정권 실세들이 ‘총출연’하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지닐 것이란 분석이다.

◆‘미림팀’ 복원 지시라인=검찰의 274개 테이프 압수로 ‘미림’의 핵심 보고라인으로 의혹 받고 있는 인물인 김현철씨,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 오정소 전 안기부 대공정책실장,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조사는 불가피해졌다.

이미 일부 언론은 DJ정부 초기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보고받던 위치에 있던 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현철씨가 미림팀을 기획 총괄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YS정권 당시 현철씨 측근으로 실세였던 오 전 실장은 미림 재조직 주도에 관여했고, 미림팀을 재구성하는 데 핵심 역할은 김 전 기조실장이 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이 전 수석은 현철씨와 오 전 실장의 경복고·고려대 동문으로 정무수석 당시 보고를 받았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사자들은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미림’의 팀장 공운영씨가 자술서에서 1992년 도청팀장으로 임명됐다고 적시한 만큼 노태우 정권 시기의 안기부장 등도 도청팀 구성 경위 파악 차원에서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불법 테이프 회수 당시 보고라인=DJ정부 시절 국정원 감찰실장을 지낸 이건모씨는 공씨가 유출한 테이프를 회수한 뒤 자신의 책임 아래 소각하기 전에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에게 개요를 간략히 보고했다고 했다.

이씨는 당시 천 원장이 “알았다. 검토해 봐라”라는 짤막한 지시 외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는 천 전 원장이 X파일의 존재와 유출을 인지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검찰은 천 전 원장을 상대로 X파일을 유출, 실정법을 위반한 공씨를 처벌치 않은 이유 등을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274개의 테이프가 5년이 지나 검찰에 압수됐다는 점에서 당시 국정원의 부실조사 의혹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X파일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재미교포 박인회(미국명 윌리엄 박)씨가 1999년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녹취록을 건넸다고 밝힌 만큼 검찰은 박 전 장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X파일’ 등장인물=검찰이 X파일 내용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도된 인물들의 소환도 예상된다. 하지만 X파일 외에 274개의 또 다른 테이프가 드러난 만큼 공개되지 않은 다른 테이프 내용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수사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