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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택 전 국정원장이 ‘안기부 X파일’사건의 핵심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천 전 원장은 안기부 불법도청조직인 ‘미림’의 팀장인 공운영(58)씨와의 뒷거래 의혹에다,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과 삼성측으로부터 사실 확인요청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짐에따라 도청테이프의 내용과 X파일의 추가 존재 여부 모두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천 전 원장은 박 전 장관과 함께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김대중 정부 실세들의 수난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용택,전모를 알고 있다”=이건모 전 안기부 감찰실장은 지난달 28일 작성한 자술서에서 “1999년 여름경 상부로부터 재미교포라는 사람이 안기부시절 도청문건을 갖고 삼성측을 협박한다니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서 상부는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당시 국정원장이던 천 전 원장임을 알수 있다. 삼성측이 재미교포 박인회(58?구속)씨로부터 녹취보고서를 건네받은 뒤 천 전 원장에게 사실확인을 했다는 의혹을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또 박 전 장관도 같은해 박씨로부터 녹취보고서를 받은 뒤 천 전 원장과 협의를 했다는 의혹이 거의 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다.

천 전 원장은 1999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1997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으로부터 (삼성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말해 경질된 전과(?)가 있다. 천 전 원장은 무려 ‘274개’의 도청테이프를 유출한 공 전 팀장에 대해 아무런 처벌을 가하지 않은 점도 천 전 원장의 또 하나의 아리송한 행보다. 일각에선 천 전 원장이 도청테이프에 DJ 및 자신을 포함한 측근인사들의 ‘비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 전 팀장과 직거래를 했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천 전 원장은 국정원내에서 유출 테이프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았고,사후처리까지 도맡은 당시 국정원 최고위 간부라는 점에서 안기부 X파일 유출의 전모를 아는 핵심인물인 셈이다. 천 전 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아직까지 공소시효(7년)가 남아있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여,소환이 곧 사법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지원,또 구속되나=검찰관계자는 3일 박 전 장관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녹취보고서를) 받은 것은 범죄가 아니지만 불법적인 데 썼다면 범죄”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이 박씨로부터 녹취보고서등을 받은 뒤 천 전 원장과 내용 및 처리방향을 협의했거나 ‘사실확인’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면 사법처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에 다시 부를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단순히 ‘건네 받은 행위’외에 또 다른 단서를 포착했음을 시사했다. 현대로부터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2003년 6월 구속수감됐다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뒤 지난 3월 보석으로 석방됐던 박 전 장관이 또 다시 사법처리의 기로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