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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金宇中·69·사진)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황현주)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대우그룹의 해체 과정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놨다. 5년8개월간 해외를 떠돌다 ‘실패한 경영자’로 돌아와 법정에 섬으로써 그는 19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을 받은 지 10년 만에 다시 처벌될 상황을 맞았다.

김씨는 대우그룹 해체과정과 관련해 IMF 외환위기로 인한 환율 상승과 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을 꼽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따른 해체과정”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기초가 좋았기 때문에 (정부가) 다른 회사처럼 해줬더라면 생존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해외금융 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의 성격과 32억달러(약 4조원)에 달하는 국내자금을 BFC로 송금한 과정 등에 대해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김씨는 검찰이 BFC를 ‘비밀 해외금융조직’으로 지칭하자 “해외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설립한 공식적인 조직”이라며 “비밀외환거래를 위해 만든 조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BFC를 운용한 것 아니냐는 검찰 신문엔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도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재판을 중단하고 피고인 대기실에서 산소 호흡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팔·다리가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했다.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검찰 기소내용을 시인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대우 등에서 이뤄진 20조원 분식회계와 이를 근거로 9조8000억원을 사기대출 받은 혐의 등이다. 김씨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내 지시로 이뤄진 것이며, 임원들이 가져온 3~4개의 분식회계 안(案) 중에서 골랐다”고 진술했다.

한편 재판 시작 1시간 전부터 전직 대우 임직원 등 방청객 200여명이 몰려들어 법정을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