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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15일. 잃었던 조국강산을 되찾던 그날, 누군들 안도의 한숨을 쉬지 않았을까. ‘한밤의 꿈은 아니리…’이후 광복의 기쁨이 60년이라는 세월을 정신 없이 내달리게 한 것일까. 우리는‘가장 싼 값으로 가장 빨리 이룩한 대예술작품, 경부고속도로’를 개통했다. ‘오천년 묵은 이끼 낀 바위를 기어코 돌려놓고 말겠다’고 새마을운동을 펼쳤다.

경제와 자동차는 앞으로만 달렸지만 의식은 잠시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몇몇 소중한 죽음이 의식을 일깨웠고 시민항쟁을 불러 일으켰으며 민주화를 예고했다. 일제강점기의 시련과 유신, 반공 등 구시대의 유물들은 이젠 들불처럼 번져버린 NGO를 비롯한 시민의 힘에 내쫓기고만 있다.

이 같은 광복 이후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광복60주년 기념전 - 시련과 전진’이 14일부터 28일까지 국회에서 열린다. 민주화와 산업화의 큰 줄기를 짚어보는 전시회와 해방 이후 제작된 한국영화들을 상영하는 영화제, 한반도의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학술토론회가 기념전의 골자. 이번 기념전은 국무조정실 산하 ‘광복6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다시 새로운 역사가 열린 날, 1945년 8월15일.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광복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본전시인 ‘기억해야 할 그날’ 전을 중심으로 생활변천사와 산업발전사, 시대별 대중문화현상 등이 펼쳐진다. 이 외에도 ▲큰 사람 큰 인물 ▲교과서로 보는 60년 ▲자동차변천사 ▲우리말 변천 60년 등의 전시와 최정화와 강용면, 박경택 씨 등 초대작가전이 열린다.

우리 현대사에서 기억해야 할 그날로는 8·15, 6·25, 4·19, 10·27, 5·18, 6·10, 6·15 등 7개 날이 꼽혔다. 8·15 광복과 6·25 전쟁을 거쳐 4·19혁명까지가 역사의 한 단락이라면, 10·27 유신 이후 5·18 광주항쟁, 6·10 시민항쟁은 민주화를 위한 산고의 역사였다. 6·15 남북정상회담은 분단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계기가 됐다.

15일부터 21일까지 하루 3~4편씩 상영하는 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여균동 감독의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가 처음 상영되고, 이장호와 변영주 감독 등을 초청해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갖기도 한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해방60년의 기억(과거), 한국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현황(현재), 한국사회 어디로 가야하나(미래)를 주제로 한 학술토론회도 예정돼 있다.

기념사업추진위 한 관계자는 “이 전시는 지난 60년 세월의 궤적을 돌아보며 현재를 성찰하고 더 나은 미래의 전진을 위한 기념전이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젊은 층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대한 교육의 장이, 중장년층에게는 옛 향수까지 느끼게 해주는 회고의 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 이전 30년 만에 그 문을 전례 없이 큰 규모로 일반인들에게 활짝 열었다”며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요청했다. 입장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