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친구들과 나들이 했던 18일이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찾았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친구들과 나는 마치 무슨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여기가 화장실이야? 무슨 호텔에 들어온 기분이다"하며 입을 모았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자세히 둘러보니 화장실이라기보다는 편하게 쉴 수 있는 아늑한 휴게실 같았다. 화장실 특유의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힘든 사람은 쉬었다 가라고 편안한 의자와 탁자도 놓여 있었다.

화장실 안에 들어갔다. '당신이 머물고 간 자리는 아름답습니다'라고 써 있었다. 정말 그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화장실 앞에서도 이곳이 과연 화장실인가 하고 잠깐 망설일 정도였다. 다시 확인했지만 역시 화장실이 맞았다. 레스토랑이나 멋진 찻집 같은 분위기가 났다. 화장실에 들어서면 커다란 그림이 걸려있고 자판에는 화장지뿐 아니라 껌도 있었다.

나와 친구들이 그곳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경이었다. 하지만 마치 우리가 첫 이용자인 것처럼 깨끗하게 정리 정돈이 되어 있었다. 여기가 정말이지 그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중 화장실이 맞나 할 정도였다. 오히려 가정집보다 더 깨끗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공중화장실인 이곳에도 비데가 설치된 곳이 두 군데나 있었다.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은 몸이나 휠체어를 조금만 밀어도 쉽게 열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볼 일이 끝났지만 나는 한동안 친구들과 앉아서 "여기서 좌담회 할 것 그랬다" 할 정도였다. 전혀 화장실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장실' 하면 왠지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리는 곳으로 여겨졌다. 그런가 하면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지워 버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언제부터인가 화장실 문화가 이렇게 변하고 있던 것이다. 이런 속도로 변한다면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어쩌면 밥도 먹을 수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