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미국 텍사스 주의 주도 오스틴에서 최근 매일 밤 박쥐 150만 마리가 날아다니는 장관이 연출되고 있다.

오스틴 시내 콩그레스애비뉴 다리 아래 갈라진 틈에 살고 있는 박쥐들이 밤마다 떼를 지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이처럼 박쥐들이 저녁 하늘을 검게 메우는 모습은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신비로운 광경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박쥐들은 매년 3월 초 새끼를 낳기 위해 멕시코에서 이곳으로 날아 온 암컷 박쥐들이다. 암컷 박쥐들은 새끼를 낳은 뒤 11월 초에 다시 멕시코로 돌아간다.

박쥐들이 도심에 새끼를 낳는 이유는 이 다리의 갈라진 틈이 어린 박쥐가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곳의 온도, 습도 등이 박쥐가 서식하기에 가장 알맞다고 말한다. 물론 1980년에 이 다리를 재건축한 기술자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박쥐들이 이같이 매일 밤 하늘을 뒤덮으며 장관을 연출하자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늘었다. 실제로 이곳에는 연간 10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쥐 덕분에 생기는 관광수익 또한 매년 80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박쥐는 이제 오스틴 시가 자랑하는 최고의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박쥐에 대한 혐오감과 두려움 때문에 없애 버리자고 청원을 내는 시민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사실 박쥐는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다르게 신사적인 동물이다. 동물 전문가들은 “일부러 손을 내밀어 박쥐를 잡으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박쥐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며 “오스틴의 박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시민들을 설득했다.

뒤 시민들은 결국 전문가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박쥐를 보호하기 시작했고, 이제 박쥐들은 오스틴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현재 박쥐는 ‘국제박쥐보호단체’가 보호하고 있다. 지역신문 ‘오스틴 아메리칸 스테이츠맨’은 박쥐 보호를 위한 기구를 설립했다. 또 오스틴의 많은 시민들이 박쥐 보호에 힘을 쓰고 있다.

박쥐는 이 지역의 관광수익을 올려줄 뿐 아니라 주변 지역 농작물의 해충까지 잡아먹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오스틴에 사는 르웰리슨은 “박쥐는 최고의 광경을 선물하는 우리 지역의 자랑”이라며 “아직도 박쥐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까지 박쥐 때문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하이오 주에서 박쥐를 보기 위해 찾아온 메리는 “도심 속에서 저렇게 많은 박쥐를 볼 수 있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며 “직접 와서 박쥐를 보니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쥐들은 안전한 편이지만 직접 만지려고 하면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박쥐가 살고 있는 주변에는 ‘땅에 떨어진 박쥐를 절대로 잡으려 하지 마세요’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