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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작가 : 이상목 ▶ 분 야 : 도 자

▶ 전시개요

전통 분청사기 기법, 특히 사발 작업을 중심으로 고유의 미감을 연구하고 있는 이상목 도예가의 작품전 진행

현대적인 미감과 전통의 질박한 맛이 돋보이는 덤벙, 귀얄기법의 분청사기를 주로 선보일 예정

롯데갤러리 광주점에서 도예가 이상목의 초대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스스로 ‘사기장’이라 칭하며 분청 사발 작업에 집중해온 작가의 네 번째 작품전이다. 본 전시에서는 그 동안 작가가 선호해온 덤벙, 귀얄기법의 분청 사발을 주로 선보일 예정이다.

14세기 후반부터 제작되기 시작한 분청사기(粉靑沙器)는 세계 도자사에서 유일한 우리만의 것으로, 청자나 백자에서는 볼 수 없는 실용미와 자유분방한 파격미가 돋보이는 자기이다. 이상목 작가가 주로 선보이는 덤벙과 귀얄기법은 그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미감이 두드러지는 장식기법이다. 귀얄은 풀이나 옻을 칠할 때 쓰는 넓고 굵은 붓으로 형체가 완성된 기면(器面) 위에 백토(白土)를 바르는 기법을 일컫는다. 붓자국이나 붓의 털자국이 전체 기면을 감싸는데 백토 면적의 비례나 윤곽선 등에서 계산과 꾸밈이 없어, 자연스러운 미감이 단연 돋보이는 기법 중 하나이다.

이상목은 이러한 귀얄기법을 두고 “힘있게 돌아간다”고 표현하는데, 그는 분청에 대한 애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나는 사기장이다. 청자, 백자, 분청사기, 모두다 우리의 도자기이다. 그런데 나는 분청사기만 만든다. 세계 도자사에서 유일하게 우리만 했던 도자기가 분청사기이다.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가며, 간결한 그림이지만 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분청사기가 좋다. 여러 형태 중에서 나는 사발만 작업한다. 우리 사발의 특징을 한데 보여주는 게 분청사발이고 묵직하면서 손에 딱 걸리는 맛이 느껴지는 분청사발이 나는 좋다. 힘 있게 돌아가는 귀얄기법, 묵직하게 발라지는 덤벙기법, 내가 좋아하는 기법이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힘이 드는 게 사발이다. 늘 하는 작업이지만 눈에 보이는 선은 항상 다르다. 정말 모르겠는 게 사발 선이다. 나는 오늘도 그 신비로운 사발 선을 찾아보고자 노력한다.“

- 작가노트 중에서

덤벙기법의 경우 그 어감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백토 물에 기면을 ‘덤벙’하고 담그는 장식기법이다. 귀얄 기법에 비해 자국이 많이 남지 않아 표면이 매우 차분하면서도 백자의 정갈한 맛을 자아내기도 한다. “묵직하게 발라진다”고 서술한 작가의 표현처럼 추상적이며 사뭇 현대적인 미감으로 분장한 덤벙은 분청의 독창성을 가늠하기에 적절한 기법일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의 테마는 ‘무등산 사발’이다. 98년부터 사발작업에 매진해왔으니 횟수로는 13년 째를 맞이한다. 밥이나 국, 술 등을 담아온 우리 고유의 그릇인 사발은 민중의 생활에 깊이 자리한 만큼, 쓰임의 미학이 각 지방마다 달랐다. 그중 전라도의 경우 자유분방한 자연미와 부드러움이 특색인데, 전시테마의 ‘무등산 사발’의 경우도 모산(母山) 무등이 지니고 있는 넉넉함과 큰마음을 분청의 질박함, 그리고 작가가 사발 작업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정갈한 정제미에 비유한 듯하다.

더불어 남도 도자의 정체성을 제고하기 위한 반성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부쩍 스산해진 계절, 한 해를 되돌아보고 일상 속에서 여유로움을 찾기 좋은 때이다. 이번 전시는 분청사기의 질박함과 정제미 안에서 생활 속 쓰임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이다. 분청사기와 사발, 그리고 도예에 관심 있는 지역의 많은 애호가들이 함께 하는 의미 깊은 자리가 되었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