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세 아들, 세 딸 이야기

우둔함엔 약이 없고, 겸손함엔 복이 따르느니…

옛날 옛적에 바보 3형제가 살고 있었다. 첫째는 먹는 것이라면 배가 터져도 동여매고도 먹고, 둘째는 기력이 항우라 하고, 셋째는 무엇이든지 잘 잊어먹고 언제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도무지 모르는 놈이었다.

하루는 3형제가 밥을 싸가지고 장 구경을 갔다. 첫째는 밥이 먹고 싶어도 기운이 센 둘째가 좀 더 가서 먹자고 하기 때문에 더 말도 못하고 갔다. 한참 가다 보니 첫째는 조금 뒤에 처지게 되었다.

첫째가 떨어져 가다 보니 벌집이 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벌집에선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급한 김에 바위에 의지하고 벌집 속에 머리를 쑤셔박고는 정신없이 꿀을 먹었다. 벌들이 들입다 얼굴을 쏴도 아랑곳이 없었다. 그놈은 대가리가 깨져도 먹는 놈이었다.

너희들은 쏴라 나는 먹겠다면서 배가 불룩하도록 먹고 나니, 머리통이 부어서 빠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동생들이 형이 안 와서 형을 부르며 뒤돌아오니까 형이 벌집에서 머리를 빼내느라고 낑낑대고 있었다. 그래 힘이 장사인 둘째가 잡아당기면 빠질까 하여 쭉 잡아당겼다.

그러니까 머리는 바위 속에 박힌 채 몸뚱어리만 빠져나왔다. 이걸 보고 있던 셋째 놈이 “형님이 옛날에 머리가 있었던가? 없었던가?” 하고 묻고 있었다.

한데, 옛날에 가난한 집 딸 3형제는 이러했다. 딸들이 과년해지자 아버지가 묻기를, 어느 곳으로 시집들을 가겠느냐고 하니 첫째딸과 둘째딸은 돈 많은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셋째딸은 “우리가 이렇게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이렇게까지 오래도록 살았는데 우리에게 무슨 복이 있다고 부잣집으로 시집갈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셋째딸은 매사에 영글고 칼로 벤 듯 맵고 하여, 부모는 얘가 어딜 가도 먹고 살 것이라고 했다.

소원대로 첫째딸과 둘째딸은 부잣집으로 시집을 보내고, 셋째딸만은 일부러 숯 굽는 산속의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보냈다. 친정의 늙으신 아버지가 고생하는 정경이 눈에 선하나 셋째딸은 가보고 싶어도 워낙 찢어지게 가난해 가질 못하고, 언니들은 저희들 사는 재미에 가볼 생각도 안했다.

그러나 막내동생은 언니들 원망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하루는 친정 생각을 골몰히 하고 있는데, 조그만 옹달샘에서 서광이 비쳤다. 그리 가 보았더니 물속이 환히 보이는데, 그 속에는 금덩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셋째딸은 당황하지 않고 한 덩이씩 떼어 장에 갖다 팔아 부자가 되어 친정 부모님을 모셔다가 잘 봉양을 했다. 그래서 언니들은 질투가 나서 숯장수에게 시집 못간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노릇 한 송곳

관상쟁이 曰 “새 장사 하면 팔자 고칠 터이니…”

옛날, 어느 마을에 집이 몹시 가난해서 근심 걱정 속에 살아가는 한 사나이가 있었다. 한번은 이 사나이가 길을 가는데 길가의 관상쟁이가 관상을 보아준다고 했다. 그러더니 한참 훑어본 후에 새를 그물로 잡아 새 장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유의할 것은 그 새들은 전부 송곳으로 눈이나 배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활을 만들어 등에 메고 서울 장안을 돌아다니며 “새 사려!” 하고 외치라는 것이었다. 마치 그물이 아니라 활을 쏘아 새를 잡는 것처럼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틀림없이 좋은 수가 생겨 팔자를 고친다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관상쟁이가 시킨 대로 해 가지고 서울로 와서 새를 팔러 다녔다. 그러나 별로 팔리지가 않았다. 그래 그만둘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팔자를 고친다는 관상쟁이의 말을 생각하니 그럴 수도 없어 그냥 계속 “새 사려!”를 외치고 다녔다.

하루는 큰 기와집 앞에 당도했다. 그러자 집주인이 불쑥 나타나서 이 새들은 손수 활로 잡은 거냐고 물었다. 이 남자는 관상쟁이가 시킨 대로 등에 진 활로 잡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감탄하며, 그렇게 정말 활을 잘 쏘느냐고 물었다. 이 사나이는 그렇게 잘은 못 쏘지만 맞추기는 제법 잘한다고 했다.

그러자 돈은 얼마든지 드릴 테니 소원 하나 들어달라고 애원했다. 그래 그 사람의 집으로 새 장수도 따라 들어갔다. 저녁을 잘 얻어먹은 후 주인이 사정 이야기를 했다. 그에게는 무남독녀가 있는데, 매일 밤 자정만 되면 큰 새가 지붕에 앉아 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큰 새가 세 번만 울면 이 집 무남독녀가 까무러치고 만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제발 그 새를 활로 쏘아 잡아달라는 것이었다.

사실인즉, 활은 조금도 못 쏘는 자신이지만 이왕 내디딘 걸음이니 해보자고 꾀를 한 가지 짜내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그는 벌거벗고 지붕에 올라가서 반듯이 누워 손을 벌리고 있었다.

조금 후 과연 큰 새가 날아와 그의 바른손에 앉았다. 그러고는 북쪽을 향해 크게 두 번 울고 세 번째 울려고 했다. 그 순간, 그는 힘껏 그 새를 잡아 낚았다. 그러고는 잡은 새의 눈알에 화살을 찔러두고 내려와 잠을 잤다.

다음날, 주인이 일어나 지붕을 쳐다보니 큰 새가 한 마리 눈에 화살이 꽂힌 채 나자빠져 있지 않은가. 그 주인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으며, 그 사나이에게 많은 돈을 주었다. 그래서 그 사나이는 그 후 잘 살게 되었다고 한다.

◆용감한 신부

호랑이에 물려가는 신랑 구해내

세상에는 용감한 남자만 있는 게 아니고 여자도 용감한 사람이 있다.

충청도 어느 마을에서 초례를 막 끝낸 신랑 신부가 신방으로 들어갔을 때다. 갑자기 천둥 벼락치는 소리가 나더니 “어흥!” 하는 소리와 함께 뒷문으로 황소 만한 호랑이가 바람처럼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신랑을 물고 달아나버렸다. 하지만 신부의 동작 또한 번개같이 빨라, 문지방을 뛰어넘는 호랑이의 뒷다리를 와락 끌어안고 매달렸다. 입에는 신랑을 물고 뒷다리는 신부에게 붙들린 채 호랑이는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 오른 호랑이는 뛰고 또 뛰며 달렸다.

그럴수록 신부는 죽을힘을 다해 호랑이 다리를 붙들었다. 날듯이 뛰어오르는 호랑이의 다리 밑에서 신부의 몸은 마구 끌리고 퉁겨지며 바윗돌, 나뭇가지에 긁히고 부딪혔다. 옷은 찢겨 너울댔고, 상처투성이 몸에서는 피가 흘렀다. 신부의 몸은 끔찍하게 망가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부는 죽을 각오로 호랑이 다리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에 질린 호랑이는 마침내 물고 온 신랑을 비탈 위에 내려놓았다. 그토록 사나운 짐승도 놀란 모양이었다. 죽기를 각오한 신부의 모습에 질려서 슬쩍 피한 것이다. 신부는 그제야 잡았던 손을 놓고 뒹굴듯이 땅에 떨어졌다.

신부는 정신을 가다듬고 신랑 옆으로 기어왔다. 신랑은 숨이 끊어진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가슴에 온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신부는 힘을 내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마침 저 계곡 아래 등불이 하나 깜박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저기 사람 사는 집이 있구나!” 신부는 온몸의 상처는 생각지 않고 비탈 아래로 미끄러지듯이 달려 내려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정말 외딴 집이 하나 있었다. 신부는 우선 눈에 띄는 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방안에는 잔칫상이 벌어져 있고 대여섯의 청년들이 둘러앉아 한창 흥이 올라 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화장이 짙은 얼굴에는 머리카락이 마구 감기고, 그 밑으로 시뻘건 피가 흐르는 피투성이의 신부가 별안간 뛰어들자 청년들은 기겁을 하더니 꿇어앉아 수도 없이 절을 하며 빌고 또 빌었다. “제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아마도 청년들은 아닌 밤중에 귀신이 뛰어든 것으로 착각을 한 모양이었다.

신부는 “뒷산 비탈에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발 부탁이오니 어서 가서 구해주십시오!” 이 말을 마친 신부는 그 자리에 그만 픽 쓰러져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러자 삽시간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 까닭을 안 청년들은 횃불을 들고 산으로 올라갔고, 기절한 신부는 방안에 눕혀 간호를 했다.

청년들이 신랑을 업고 내려오자 바깥채에 있던 그 집의 주인은 기절할 듯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건 내 아들이 아니더냐!” 그 집 주인은 그 날 신랑을 신부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와서 이웃사람들에게 술대접을 하던 참이었던 것이다. 다시 깨어난 신랑과 신부의 말을 들은 식구들은 새삼 놀라웠다.

게다가 호랑이가 공교롭게도 신랑 집 뒷산에까지 온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그리고 더욱 탄복할 일은, 자신의 몸은 생각지도 않은 채 신랑을 구해낸 신부의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고을의 원님은 신부를 크게 칭찬하고 열녀문을 세워주었고, 신랑집에서는 또 한번의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고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