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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서 수장이 갖춰야 할 능력은 무엇일까. 현재 정부부처는 전통적인 행정관료 이외에도 정치인, 경제인, 교육자, 시민운동가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수장을 맡고 있다. 적어도 한 국가의 부처를 이끌 정도라면 보통 사람과는 다른 탁월한 능력과 다양한 경력, 인정할 만한 성과를 거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처럼 뛰어난 사람들 중에 고르고 골라 한 부처의 수장이 되더라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부처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는 장관이 있는가 하면, 낮은 평가를 받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이들도 있다. 왜일까. 성패를 가르는 다양한 원인 중 하나가 전자정부다.

전통적인 지도력, 추진력 이외에도 최근 들어 정부의 수장에게 강조되는 능력은 전자정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활용이다. OECD 정부혁신아시아센터가 2일 발간한 '전자정부 리더를 위한 체크리스트'는 전자정부 기획 및 추진 책임자, 정치적 지도자를 위한 지침서로 10가지의 구체적인 실천 지표와 함께 전자정부로 달라진 지도력을 강조하고 있다.

‘전자정부 리더를 위한 체크리스트’이지만 장·차관이나 실·국장, 혹은 그 자리를 준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정보화 사회에서 사람, 조직, 목표의 관계를 풀어가는 누구에게나 기초적인 지침서 역할을 한다.

'전자'는 도구일뿐, 사람·조직·목표 잘 풀어내는 것이 리더

우선 전자정부의 수장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능력은 정보관리와 정보사회에 대한 이해다. 대부분의 정책이 정보기술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기술이 어떻게 정부 기능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 현존하는 기술이 정부정책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기술이 새로운 행정서비스를 구축하고 새로운 대화채널을 제공할 수 있는 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의사결정을 위한 수많은 협상과정에서 의제를 이끌고, 외부 참여자들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조직의 수장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의견의 조정과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 증대다. 전자정부에서는 이런 조정요소가 더욱 많아진다. 많은 자료는 생산부서 이외에도 다른 부서들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부처는 물론, 정부와 민간 간의 파트너십도 필수적이다. 조직개편도 수반된다. 이런 가운데 전자정부 리더는 책임소재나 성과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동시에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정부 체크리스트는 조정과 협력과정에서 지도자들이 재정이나 다른 인센티브를 적절히 활용하라고 권고한다.

전자정부가 구축됐더라도 많은 부분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사고와 관행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체크리스트는 이를 외부 장애물로 규정하고 넘어서는 것을 지도자의 요건으로 꼽았다. 오프라인 문서에 비해 온라인이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인식, 전자정부에 필요한 통합과 소통을 가로막는 복잡한 규제, 개인정보 유출 위험, 경직된 예산체계 등 넘어야 할 산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넘었다고 해서 안심한다면 재직 중에는 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몰라도, 퇴임하고 나서의 평가는 나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자정부 체크리스트는 지도자의 요건으로 '고객중심적 서비스'를 강조한다. 모든 온라인 서비스가 국민과 기업에 유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이 서비스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국민·기업과 밀접한 협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훈수한다. 각종 제도가 정책 처리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제도화하고 있더라도 실질적인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이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체크리스트'는 전자정부의 다음 단계가 '전자'를 빼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 기술 그 자체보다는 공공행정구조, 과정, 문화를 현대화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조직을 이끌고 있다면, 만일 사람·조직·목표의 관계를 잘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면 ‘전자’ 정부(조직)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