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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의 한 상가 카페를 권리금 5000만원을 주고 인수한 김 모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건물주가 다음 달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대로 가게를 비워달라고 해서다. 김씨는 앞으로 상가 권리금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기에 이참에 권리금 받고 가게를 넘겨야 하나 저울질 중이다. 하지만 방법과 절차가 모호한 탓에 애를 태우고 있다.

220만명에 달하는 중소 자영업자들의 관심이 컸던 이른바 ‘권리금 보호법’이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영업권을 지키고픈 상가 세입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임대료 인상·소송 급증 등 시장의 혼란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회는 12일 개의한 본회의에서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점포 시설비와 영업권 등 자릿값) 회수 기회를 법으로 보장하기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다음 달 개정법 시행을 공포하면 신규 계약자뿐 아니라 시행일에 임대차 계약이 진행 중인 상가 임차인들도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는다.

△다음 달 시행을 앞둔 상가 권리금 보호법을 놓고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거리에 소규모 상가 점포가 늘어서 있다.

주요 내용은 상가 건물주가 임대차 계약 종료 전 3개월 동안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걸 법으로 금지한 것이다. 구체적인 금지 사항은 건물주가 새 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받으려 하거나 계약을 무산시키기 위해 임대료를 급격히 올리는 행위 등 네 가지로 규정했다.

이를 어기면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기간 종료 후 3년 안에 건물주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액은 새로운 세입자가 내기로 한 권리금과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산정한 계약 만료 시점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을 수 없다.

다만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예외를 인정한다. 새 세입자가 임대료를 낼 능력이 없거나 임대인이 상가 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 네 가지 경우다. 또 백화점·대형할인점 같은 대형 점포와 국·공유재산, 세입자가 점포를 재임대한 전대차 계약은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부터 건물주가 바뀌어도 임대료와 관계없이 누구나 5년간 계약 갱신권을 보장받는다. 현재는 서울의 경우 환산 보증금(보증금+월세×100) 4억원 이하만 보호 대상이다. 정부는 앞으로 상가임대차표준계약서와 표준권리금계약서를 마련해 사용을 권장할 계획이다.

상가시장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리모델링 상가 임차인들의 보호 방안 등이 빠지긴 했지만, 그간 사각지대에 놓였던 권리금을 법 테두리에 끌어들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임대료 급등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물주와 상가 세입자 간 법적 분쟁도 급증할 전망이다. 세입자가 권리금 손해를 배상받으려면 민사 소송을 제기해 직접 건물주의 방해 행위를 입증해야 해서다. 혼란을 줄이려면 개정법 시행 전에 모호한 법 조항과 권리금 산정 기준 등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권리금 보호법의 세부 조항들을 구체화하고 법원의 심리 부담을 덜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 등 중재 기구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