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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전 중국 표류기 남긴 조선 선비 최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심지어 태생지 전남 나주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조선 연산군 시절 선비 최부(崔溥.1454-1504)는 명(明)나라 표류기인 '표해록(漂海錄)'의 저자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표해록(漂海錄)'은 일본의 승려 엔닌(圓仁)의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 이탈리아 상인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과 함께 중국 왕조사회를 들여다본 외국인이 쓴 3대 기행문으로 꼽힌다.

최부가 표류했던 때로부터 5백14년만에 그가 표류했던 중국 저장성 린하이현에 기념비가 세워졌다.

최부의 후손과 '표해록'을 전공한 한.중 학자 등이 닝하이현에 '최부표류사적비(崔溥漂流事迹碑)' 가 개막됐다.

최부가 표류하게된 계기는 갑작스런 부친상이다. 거유(巨儒) 김종직(金宗直)의 문인으로 성종 임금의 치세에서 문명을 떨치던 최부는 당시 제주로 도망친 노비들을 잡아들이는 추쇄경차관(推刷敬差官)으로 파견됐다.

당시 도망친 노비들이 가장 많이 숨어 사는 곳이 제주도였다. 노비들을 잡아들이던 중 부친상을 들었다. 제주에서 급히 고향(전남 나주)로 돌아오던 최부는 자신을 호위하던 병사와 뱃사람 등 일행 42명과 함께 풍랑을 만났다.

오키나와 인근에선 해적떼를 만나 노략질을 당하고 배마저 부서져 속수무책인 가운데 보름을 떠돌다가 중국 저장성 해안 린하이현에 도착해 목숨을 구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부는 한문으로 필담(筆談)을 나누면서 조선 관료로서의 대우를 요구하는 등 당당한 자세를 보였고, 마침내 북경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그가 임금에게 그간의 경과를 아뢰기위해 8일에 걸쳐 작성한 보고서가 바로 '표해록'이다. '표해록'은 꼼꼼한 일기 형식으로 쓰여졌는데, 명나라 당시 중국 사회 내부를 관찰한 외국인의 기록으로는 매우 자세하고 희귀해 조선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출간돼 지식인 사이에서 널리 읽혔다.

최부는 귀국 얼마 뒤 연산군이 임금자리에 올라 학정을 일삼자 이를 비판하는 간언(諫言)을 하다가 무오사화 때 함경도 단천으로 귀양보내졌고, 귀양살이 6년만에 갑자사화가 터지면서 처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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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해록'은 그의 외손자인 유희춘(柳希春.1513-1577)이 뒤늦게 정리해 문집과 함께 목판본으로 출간해 세상에 알려졌다. 유희춘은 조선시대 개인 일기로 가장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미암일기(眉巖日記.국보 400호)'의 저자로 유명하다.

사적비는 지난 94년 한중간 국교가 정상화되면서 후손과 한.중 전공학자들이 최부의 표류행적을 따라 답사하면서 역사적 기록의 흔적을 남기자는데 뜻을 같이 해 준비해왔다

그런데 그분은 관료로서, 정치인으로서 청백리였다.

지금의 정치인들이 그를 조금이라도 본받으면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