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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이 오는 12일 예정된 한·미 FTA 반대 시위를 우리의 시위문화가 한층 성숙했음을 대외에 과시하는 기회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이 청장은 집회 주최 측에 평화시위협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 청장은 6일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평화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경찰청장 초청 언론포럼' 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청장은 2월 12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 5월 1일 ‘노동자 대회’, 6월 ‘한ㆍ미 FTA 반대 워싱턴 원정시위’ 등을 평화시위문화 정착의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하고 "한·미 FTA 2차 협상 관련 집회도 한 건의 불상사 없이 평화적으로 개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청장은 "미국과 일본도 인종차별과 반전운동, 미·일 안보조약 반대, 나리타공항 건설 반대 시위 등 극렬한 폭력시위를 겪었지만 국민의 자기반성과 엄격한 법집행으로 평화시위문화가 정착됐다"며 국민과 시민사회단체, 특히 언론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을 바랐다.

이 청장은 12일 예정인 집회와 관련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협상단과 행사장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불법·폭력시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 반대 단체들이 12일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이택순 경찰청장은 평화적인 개최를 위해 '준법집회 협정'을 맺자고 제안했다.

이날 경찰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폭력시위 비율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평화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집회에서는 많은 피해자를 낳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 말까지 4,451건의 집회가 벌어졌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3,955건으로 11.1%가 줄었다. 폭력시위도 국민의 정부 시절 연간 126건에서 참여정부에서는 97건으로 감소했다.

집회 횟수는 줄었지만 참가인원이 지난해 78만 명에서 올해 88만 명으로 12.9% 늘었으며, 일부 과격폭력시위로 부상한 경찰관 수도 지난해 247명에서 올해 290명으로 17.4%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집회참가 농민 2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전의경이 다치는 사건 이후 평화시위문화 정착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12일 평택미군기지 이전 반대 집회는 집회 참가자들이 불법시위용품을 준비하지 않고 신고 내용을 준수하면서 평화적으로 마무리했으며, 5월 1일 노동자 대회도 1만 명이 넘게 참가했지만 폴리스 라인을 준수해서 경찰과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6월 한·미 FTA 협상기간 중 워싱턴에서 열린 원정시위도 당초 우려와는 달리 현지 법규를 준수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졌다.

평화시위 정착을 위한 민관 공동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함세웅 신부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평화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사전 조율과 사후 점검을 통해 실질적인 갈등해소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공무원의 갈등관리 교육과 정책수립 시 의견수렴 노력과 정책홍보도 강화했다.

또한 관계부처마다 시위현장담당관을 운영해 시위현장에 나온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리 도록 했다.

경찰의 집회 대처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경찰은 지난해까지 불법시위는 사전예방 차원에서 경찰력을 시위대에 근접 배치했다. 이로 인해 참가자들로부터 자유로운 집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경찰과 시위대간 충돌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불법 시위가 예상되거나 주요시설 주변에서 열리는 집회를 제외하고 경찰력을 시위대로부터 원거리 배치하고, 물포(물대포), 무인 폴리스 라인 등을 활용해 불필요한 접촉을 막았다. 집회에서의 폴리스라인 설치율은 지난해 49%에서 올해는 75%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폴리스 라인 침범 등 불법행위는 현장체증을 바탕으로 엄격하게 사법 조치됐다. 이로 인해 집회 시위 관련 사법 처리자는 지난해 2,152명에서 올해는 4,223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시민참관단 운영도 중립성을 높였다. 과거 경찰 협력인사들로 이뤄졌던 시민참관단을 객관성 있는 시민단체나 인권위원회 등으로 구성하면서 격렬한 대립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