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세 가지 다른 색을 지닌 한국화가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는 울산에서 활동중인 김인자, 대구에서 활동중인 정남선, 전북 남원에서 활동중인 조현동이 다양한 지역에서 터를 잡고 있는 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조형성을 보여주는 자리다.

이들은 한국화라는 전통장르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현실과 이상, 인간과 자연을 어우러지게 하려는 “생명과 일상에 대한 재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생각들을 풀어내는데 사용하는 조형 언어들이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김인자는 조각보로부터 차용한 형형색색의 이미지와 내면의 장식적인 미의식을 조화롭게 혼합 시켜 화면의 추상성을 구축하고 있다. 채색된 색 면 구성과 판화 기법에 의한 조각보 형상, 자수, 한 땀 한 땀 기운 실 자국 등이 섬세하게 표현된 화면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애환이 서린 단면도로 보인다. 그 위에 흩어져 있는 오방색의 색채들은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에 김장감을 불어 넣고 전통미를 다시 한번 상기 시켜준다.

정남선은 인간의 슬픔과 기쁨, 꿈과 희망, 고뇌와 기원 등을 청색 또는 황토색 바탕에 은유적 기호로 사물을 단순화시켜 표현하여 화면 안에서 작가의 자아세계, 이상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단순화된 인물들이 서로 장난하며 마냥 자유롭고 즐거워하는 모습과 새, 나비, 꽃, 물고기 등이 조우하면서 서로 유희하고 있는 화면은 평범한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을 민화, 무속적 이미지를 차용하여 화면에 은유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조현동은 흑백 또는 다른 유채색의 단색 평면 여백 위에 현재의 시간을 나타내는 꽃, 곤충, 지나간 시간을 나타내는 어패류, 순환을 나타내는 작은 원의 형상을 생명의 상징물로 재구성해 내고 있다.

이처럼 자연의 상징으로 차용한 이미지들이 전통적인 색채와 함께 절제되어 표현된 화면과 함께 보여지는 아름다움보다는 거기에 투영된 정신의 깊이를 음미함으로써 감정을 순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