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9일 신문법 헌법소원에 대한 선고를 내렸다. 헌재는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대다수의 조항에 기각 또는 합헌 결정을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원회는 ‘헌재판결의 의미와 신문법 개정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이용성 한서대 교수(민언련 정책위원)는 “신문의 자유와 공적 기능 보장, 여론다양성, 신문시장 독과점 규제의 정당성 등에 대해 헌법적 규정을 천명했다”고 헌재 결정을 평가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17조(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와 34조(시장지배적 사업자 신문발전기금 대상 배제) 위헌판결에 대해 “신문시장의 여론다양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장치가 사라졌고, 신문발전기금의 설립 취지중 하나인 여론다양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7조, 34조에 대한 헌재의 위헌 근거는 △신문시장의 시장지배력 판단이 신문매출액, 구독자수, 광고매출액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발행부수로 결정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 △일반일간신문과 특수 일간신문 등 취급분야와 독자층이 다른데도 시장의 동질성을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 △신문의 발행부수는 독자의 선택에 의한 것으로 그에 기준한 시장지배적 지위는 불공정행위의 산물도 아니고 불공정행위를 초래할 위험성도 높지 않다는 것 △독자의 선호도가 높은 사업자를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등이다.

이 교수는 ‘시장지배력 평가가 비합리적’이라는 헌재의 판결에 대해 “신문매출액, 구독자수, 광고매출액 등은 발행부수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들이기 때문에 신문시장 지배력을 결정하는 1차적이고 직접적인 요인은 발행부수이고, 그래서 신문시장 점유율 판단 기준은 발행부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발행부수에 기준한 시장지배적 지위는 불공정행위의 결과로 보기 힘들다’는 판결에 대해 “헌재가 2002년 신문고시에 대한 합헙결정에 인정했듯이 경품과 무가지 등 신문시장은 과당경쟁으로 얼룩져있다”고 신문시장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 차별’이라는 판결도 “신문발전기금이 편집자율성․여론다양성․독자권익 보호 등 신문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장치로 여론다양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시장지배적 신문사업자까지 지원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17조와 34조에 대해 “헌재가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였지만 수단의 적절성과 합리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이 기준을 고려하여 보완하는 방법”을 개정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우선 “일반상품 시장의 점유율 상한선(상위 1개 사업자는 50%, 상위 3개사업자는 75%)을 적용하되, 그 조건을 전국지와 지역지 등 지리적 일간지 시장 분리와 일반일간신문과 특수일간신문의 재등록을 통한 시장 분리, 매출액과 발행부수의 동시적용 등을 통해 점유율 기준과 대상을 적정하고 합리적으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방안은 “신문고시와 관련된 불공정거래 행위 등과 시장독과점 규제와 관련해서 신문발전위원회가 공정거래워원회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조항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헌재가 시장점유율 기준을 발행부수만으로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으나 여론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입법 취지에 따른다면 여론 시장에 영향을 주는 발행부수만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소유지분 분산 조항을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편집위원회 설치 조항이 권고조항이며 선언적 조항인데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상운 변호사는 17조에 대해 “무리하게 보완입법을 추진하기 보다는 10조 2항을 실효적으로 강화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일부 신문들의 신문법에 대한 악의적인 여론호도를 우려했다.

또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은 보완 입법하는 것보다 독자의 권익을 신장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신장하며 국민의 알권리가 충족될 수 있는 쪽으로 보완하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은 “17조가 위헌이라 하더라도 17조 조항을 삭제하기보다는 발행부수 기준을 보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시민사회단체와 언론계의 의견을 수렴해 신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신문사 소유지분의 분산 조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신문사 사주의 재산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9월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신문법 개정안을 독자적으로 만들어 입법 발의할 것”이라며 “신문산업 진흥과 여론 다양성 보장 등 입법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문복수 소유, 그 외 개정방향도 논의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15조3항(신문 복수 소유) 헌법불일치에 대한 개정방향과 그 외 개정내용도 논의됐다.

이용성 교수는 “헌재의 결정은 신문의 복수 소유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에 따른 복수소유를 허용하라는 것”이라며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난 15조3항은 여론의 다양성 보장과 시장점유율 규제 등의 취지를 살려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한 자료 등을 감안해 매출액과 점유율을 기준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또 이 교수는 신문법 개정 국면을 계기로 시급히 개정해야 할 내용으로 △신문발전위원회의 위상 강화 △신문발전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위원의 결격사유 규정 △신문발전기금의 안정적 재원 모색 △ 겸영 등 소유규제 부분의 보완 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