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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전문가로서 안타까운 환자들이 많다. 안압을 한번이라도 측정했거나 눈 사진을 한번만이라도 찍어서 시신경검사를 했다면 이 정도로 눈이 망가지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환자들이 상당수다. 그러나 이미 망가진 시신경은 회복할 수가 없다. 이 경우에는 남아있는 시력이라도 지키고자 최선의 치료를 하는 것이 필자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시력이 감소한 경우에 안과를 찾는다. 그러나 녹내장은 말기로 진행해야 시력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이미 녹내장이 발생한 환자도 병원에 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녹내장은 당뇨합병증에 의한 시력감소를 초래하는 당뇨망막증,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질환 중 하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녹내장 환자가 2012년 기준 약 58만 명에 이르며,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노년층은 물론 30~40대에서도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로 2017년 30대 환자는 약 7만명, 40대는 약 13만명으로 아직 젊은 나이에도 녹내장은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없는 질환=치매가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죽는 질환이라면 녹내장은 시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죽는 질환이다. 녹내장의 발생에는 안압(眼壓)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안압이 10~21 사이를 보일 때 정상이다. 따라서 안압이 21이상으로 높아지면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시신경의 손상이 발생하고, 녹내장이 시작된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나라 녹내장의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인데도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이 가장 흔하다. 정상안압녹내장은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에서 많은데, 안압은 정상범위에 있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시신경이 약해 더 쉽게 손상이 일어나게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근시(近視)이다. 근시가 진행할 때 안구가 길어지고, 이 과정에서 시신경이 약해진다. 따라서 근시의 경우 안압이 정상범위라 하더라도 시신경이 손상될 가능성이 더 크다.

초기에 녹내장은 시야결손을 유발한다. 시야결손은 주변부에서 발생해 서서히 중심부로 들어온다. 시야결손의 진행은 안과에서 시행하는 시야검사로 확인이 가능하다. 초기 녹내장은 시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고 또한 적응을 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따라서 녹내장이 말기로 진행하기 전에는 느껴지는 증상이 거의 없고, 가끔 흐려보이는 경우 노안이나 백내장으로 생각해 병원 진료를 미루게 된다. 녹내장에 의한 시야결손이 중심부로 깊게 진행하는 경우 터널 속에서 바깥을 보듯 주변 시야는 어둡고 중심부만 보이기 때문에 길을 걷다 자주 부딪히고 운전할 때 옆으로 지나가는 차량을 잘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시력이 감소해 안과를 찾는 경우 시신경은 이미 심하게 망가져 있고 실명직전일 수 있다.

녹내장 치료의 기본은 안압하강이다. 안압이 높은 경우는 물론이고 정상안압녹내장 환자도 안압하강이 가장 중요하다. 안압하강은 안압을 낮추는 안약으로 시작한다. 내성(耐性)이 생겨 안약이 더 이상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레이저시술을 하고, 그래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로 낮춰야 한다. 일단 안압을 낮추고 지속적인 관찰을 해 더 이상 녹내장이 진행하지 않는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안압을 낮추는 치료가 필요하다.

◇조기발견이 최선의 방법=앞서 말한 것처럼 손상된 신경세포는 회복될 수 없다. 시신경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녹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안압을 낮춰서 녹내장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녹내장은 한번 진단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간혹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병의 심각성을 망각하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만 40세를 생애전환기로 지정했다. 최근 젊은 나이에도 녹내장 발생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40세 전후로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안과 검사를 미뤄왔다면 안과에서 안압측정과 시신경검사를 하고,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전남대병원 안과는 12일 오후 4시30분 병원 의학박물관 문석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녹내장 건강강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