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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빛고을’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훌륭한 ‘녹색 숨통’을 가지고 있다. 광주천이다. 광주천은 무등산에서 발원하여 광주 도심을 북서쪽으로 가로지르며, 맑은 물을 흘려 더위를 식혀주고 녹색 바람을 불어넣어 준다. ‘도심 속 숨통’ 역할을 확실하게 해 낸다.

어디서부터 걸어 볼까. 4개월 전 새로 널찍하게 사람만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광주교(광주공원 앞)는 도심에서 제일 접근하기 쉬운 광주천의 중심부다.

다리 한가운데 원형광장을 만들고 하얀 원형 구조물을 우뚝 세워놓았다.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물이 있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빛고을 마루’라는 인공폭포가 콸콸 물을 뿜어내고 있다. 사진기를 든 젊은 데이트족들, 어린아이와 함께 줄넘기를 하는 부부도 보인다. 붉은 꽃들을 흐드러지게 피운 배롱나무 가로수들도 운치 있다.

‘석서정(石犀亭)’부터 들러보자. ‘석서정’은 620여 년 전 고려 우왕 때 광주목사이던 김상(金賞)이 광주천을 정비한 후 양파정(사직공원)앞 광주천에 세운 정자이름이다. 이번에 장소를 광주공원 앞 천변좌로로 옮겨 복원한 것이다. 정자 안에는 누군가 신발을 벗고 편하게 앉아 있다.

광주교 아래로 내려간다. 그 시끄럽던 차량대열들, 교통신호등, 건널목이 눈앞에서 사라진다. 시냇물이 손에 잡히는 천변 길은 위에서 볼 때보다 훨씬 넓다. 국제적 명물로 새로 등장한 서울의 청계천보다 두 세배 넓어 속이 확 트인다. 청계천은 좁아 북적거리는 사람들에 밀려(?) 다녔었는데, 광주천은 걷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여유롭다. 자전거길도 따로 있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손에 부채를 들고 샌들을 신은 사람들이 한가롭다. 빨리 걷는 조깅족도 있다. 환자복을 입은 채 걷는 사람도 보인다. 아마 부근 병원에 입원하여 회복중인 환자인가 보다.

길옆으론 풀밭 화단이 계속 이어진다. 무더기 꽃을 피운 털부처, 벌개미취, 타래 붓꽃들이 단지를 이룬다. 고추잠자리도 나른다. 황금빛 금불초 밭도 보인다. 버들개지들도 여기저기 섞여 한들거린다. 물가 돌계단 옆 터에는 중년부부 서너 쌍이 튀김 닭 안주에 소주 판을 벌여놓고 얘기꽃을 피운다.

상류쪽 부동교 앞까지 갔다가 징검다리를 건너 물길의 오른편 길 따라 내려온다. 중앙대교 다리 아래 광장에는 윷놀이하는 사람들이 떠들썩하다. 광주대교 아래편 냇물에는 타원형 나무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물에 발을 담그고 무대에서 공연되는 이벤트를 볼 수도 있으려나?

담쟁이덩굴이 칙칙하게 감싸고 있는 안벽을 따라 천교를 지나자 잔디밭 사이에 길이 또 하나 뻗어 있다. 포장이 안된 흙길이다. 150여 미터, 이미 맨발로 걷는 사람이 보인다. 잔디밭엔 클로버가 지천이다. 주먹만한 애완견이 꼬리를 흔들며 지나는 사람들을 따라다닌다. “몇 개월이나 되었어요.” 누군가 묻는다. “이제 50일 되었지요” 잔디밭에 앉아 있던 주인은 강아지를 부른다. 잘 정비된 양동 복개상가, 아래는 주차장이다. 오늘은 여기서 돌아서자.

가로등에 일제히 불이 켜졌다. 오후 8시다. 다리들과 가로등이 각각 독특한 제 모습을 자랑한다. 광주교의 하얀 원형 아치가 초록색 불빛으로 단장된다. 분수가 물을 뿜어 올린다. 종합안내판에 쓰인 말이 생각난다. ‘초록의 술렁임, 꿈꾸는 광주천’.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