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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섬이 많은 고장이다. 최근에는 섬을 육지와 연결하는 연륙교가 생겨나 여객선으로 오가던 해상로가 기상조건과 상관없이 차로 오갈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따라 다른 고장 사람들이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우리 고장의 섬들을 찾아온다.

신안군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안좌도가 대표적이다.

안좌도는 널리 알려진 화가 김환기의 생가가 있는 고장이다. 안좌도 부속섬인 박지도와 반월도 세 섬을 연결하는 나무다리를 연결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다른 관광지와 다르게 마을의 지붕을 모두 보라색으로 도색한 것이 이색적이다. 뿐만 아니다. 박지도에 허브농장을 조성해 허브축제를 여는 등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최근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한 임자도는 옛날엔 섬이었다. 그러나 바다를 매립하여 도로를 만들고, 지도읍과 임자도를 연결하는 연도교가 2021년에 개통된 뒤 많은 외지인이 찾아오고 있다.

임자도는 해마다 봄이면 튤립축제를 열고, 여름이면 대광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해수욕장을 찾는 시기에 맞춰 여름 보양식 민어축제를 열어 주민소득 증대에 힘쓰는 것을 보고, 우리 고장 전남이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게 너무나 보기 좋고 자랑스러웠다.

지난 봄, 이국적인 튤립축제를 구경하고 임자도를 한바퀴 돌아보려고 새우잡이로 알려진 전장포엘 갔다. 전장포의 선착장은 넓게 주차할 수 있도록 포장이 잘 돼 있었다.

선착장 부근에 차를 대놓고 선착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닷가 선착장 모퉁이에 커다란 새우상이 세워져 있었다. 새우상을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새우 조각상 아래에 시 ‘전장포 아리랑’이 눈에 띄었다.

새우상이기에, 당연히 새우를 소재로 한 시일 것으로 생각하고 읽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새우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 난데없이 ‘맬치 덤장 산마이 그물’이라는 시구를 보고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곰곰이 시구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새우잡이 그물이 더 많이 보이는데, 멸치 덤장 산마이 그물이 왜 나오지?

덤장은 물고기가 지나는 길목을 막아서 물고기 떼를 한곳에 몰아넣을 수 있도록 갯벌에 쳐놓는 그물인데, 멸치를 잡으려고 쳐놓는 건 아니다. 다른 바닷고기를 잡으려고 치는 곳인데, 멸치를 잡는 멸치 덤장이라고 하니 이상했다.

산마이 그물도 세 겹이라는 뜻의 일본말인 것을 알고선,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새우상과 전혀 맞지 않는 시인 것 같았다.

전장포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왜 이런 시를 새우상 아래에다 새겨놓았을까?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계절이 바뀐 지금도 ‘전장포 아리랑’이란 시를 왜 새우상 아래에 새겨놓았는지 모르겠다. 전장포를 찾는 사람이라면 새우잡이의 고장 전장포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임자도 전장포의 수수께끼는 지금도 풀리지 않고, ‘전장포 아리랑’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아리랑이다. 전장포의 이미지를 살려 새우젓이라도 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면 좋겠다. 전장포 주민들의 생활에 다소나마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관식 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