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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배우 조승우(27)가 영화 ‘타짜’(감독 최동훈·28일 개봉)를 만났다. 영화는 주인공 고니(조승우)가 타짜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한 남자의 뜨겁고도 냉혹한 시절에 관한 얘기를 막 끝낸 조승우는 “비로소 내 나이에 맞게 살아가는 법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고니의 로드무비

영화는 천방지축이던 고니가 욕망의 굴, 물러섬 없는 한판, 파트너와의 여정을 건너오는 과정을 속도감있게 건드린다. 평 경장(백윤식)·정 마담(김혜수)·고광렬(유해진)·아귀(김윤석) 등을 만나며 정면승부를 펼친다. 욕망을 좇는 한 남자의 로드무비이자 성장 영화인 셈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고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늘 어디론가 길을 떠나는 떠돌이 같은 인상을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원작을 보곤 진지하고 우직한 남자를 그렸고, 시나리오에선 배짱이 용솟음치고 영악하고 매력적인 남자를 떠올렸다. 원작의 힘을 바탕으로 냉철하며 잡초 같은 캐릭터를 만들었다. 고니는 늙으면 평 경장처럼 유유자적한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더러워도 꽃은 꽃

‘범죄의 재구성’을 연출한 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란 점은 그를 강하게 이끌었다. 멋진 작업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현장 장악력과 배우 컨트롤 능력’을 보며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고니는 타락하지만 결국 성숙했고, 많은 것을 잃었지만 중요한 것을 얻기도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사랑, 우정, 증오, 애증을 교감하고 자신을 변화시켜 나간다. 사람을 꽃으로 비유한다면 극중 인물이 아무리 악랄해도 그들 역시 꽃이다. 더러운 꽃. 나는 이 영화가 휴먼 드라마 범주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고 보고,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한 사람은 감독님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들께 고개 숙여 감사

선배들이 있어 매일 현장에 가는 일이 즐거웠고 헤어질 때마다 아쉬웠다. 스크린 속 그는 오락게임에서 적군을 무찌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전사처럼 그들과 강렬한 투 샷을 만들어낸다.

“김혜수·백윤식 선배님은 현장에선 다감하게, 카메라 앞에선 노련하게 날 리드해주셨다. 아귀 역의 김윤석 선배는 평소 친형처럼 따르는 존재다. 6년 전 대학로에서 알게 돼 선배 집에 자주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 선배와 붙는 마지막 장면에선 함께한다는 것이 반갑기도 했지만 형의 엄청난 기 때문에 무섭기도 했다. 급속도로 친해진 사람은 (유)해진 형. 형의 입술이 귀엽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하하.”

■인생은 한 편의 심리극

기자 시사회가 있던 날 영화를 보며 그는 숱하게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이제 막 나온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 기분이 들어 긴장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직도 뒷목이 뻣뻣하다.

“이제 나한테 맞는 연기를 하고 싶다. 예전엔 어른인 척, 멋진 척, 늙은 연기를 하려고 했었다. 지금은 나이에 맞게 쿨하게 살고 싶다. 가장 좋은 타짜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패를 보는 사람이다. 그건 그렇고 너무 화투판을 전전했더니 더 이상 화투짝은 쳐다보기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