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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28)는 충무로의 다크호스라는 수식어가 제대로 어울리는 배우다. 그는 지난해 ‘용서받지 못한 자’로 부산영화제의 뉴페이스로 떠오르더니 올해 ‘시간’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세 번째 영화 ‘구미호 가족’(28일 개봉)은 전작의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구미호 가족의 이야기에서 그는 무식하고 성격 급한 아들 역을 맡았다.

■뒤돌아보다

‘구미호 가족’은 ‘용서…’ ‘시간’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르다. 전작이 가족 같은 소수의 인원이 모여 우리끼리 알아서 찍는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일을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아버지(주현)와의 호흡이었다. 둘이 티격태격하는 신이 많아 생동감이 넘쳐야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편하게 대해주셔서 내가 노력하기도 전에 고민이 해결됐다.

기동 역의 박준규 선배와는 형제처럼 죽이 잘 맞았다. 연예인 2세라는 공통분모도 있었고, 워낙 성격이 좋아 함께 있으면 개그열전이 따로 없었다.

딸 역의 (박)시연이는 에릭의 여자친구인 것을 알아버린 이상 관심이 안 갔다. 농담이다. 예쁜데 착하기까지 해서 친동생처럼 예뻐하며 지냈다.

■멈춰 서다

극중 단순하고 욕심많은 캐릭터를 위해 일부러 찌운 13kg의 몸무게는 촬영 막바지 한 달 동안 감쪽같이 뺐다. 전북 군산에서의 촬영 당시 숙소에서 촬영장까지 걸어다녔고 다이어트와 아침·저녁 조깅을 거르지 않았다.

뮤지컬 코미디 장르라 현장에선 늘 즐거웠다. 물론 춤과 노래를 연습해야 했기에 몸은 고됐지만. 연기 면에선 솔직히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캐릭터를 구체화하고 뮤지컬 형식으로 내러티브를 발전시키는 일이 낯설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야 비로소 완성된 컷이 나온다는 기초적인 이론을 다시금 공부했다. 이번 영화는 내게 배우 개인과 전체 화면의 조화를 생각하게 된 계기를 줬다.

■내다보다

기존 작품의 하정우를 기억하는 분들에겐 이 영화가 낯설 것이다. 원래 코미디는 내 장기다. 학교(중앙대 연극과)에서 했던 연극도 코미디가 훨씬 많았다.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배우보다 개그맨을 하라’고 떠밀었을 정도였다.

‘구미호 가족’은 코미디 장르인 만큼 오히려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솔직히 코믹 연기는 자신 있기에 지금 하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작은 내년 개봉을 앞둔 ‘네버 포에버’로 한국인 남자와 미국인 여자의 사랑 얘기로 지난 8월 6주에 걸쳐 미국에서 촬영했다. 코미디냐고? 멜로다! 난 유쾌한 사람인 것은 맞지만 배우로선 진정성과 다양성으로 인정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