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지난해 12월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했던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실질적인 안건 심의 없이 요식행위로 회의가 소집되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까지 선포하자 국무위원들은 ‘정상적인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눴다고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 조사에서 “단순히 회의실에서 대기하다 나온 정도”라며 국무회의의 절차적 흠결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6일 경찰 조사에서, 비상계엄 계획을 알게 된 국무위원들이 이를 반대하자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윤 대통령에게 “진짜 안 된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며 말렸다고 진술했다.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했다는 이 전 장관의 진술은 ‘비상계엄에 동의한 국무위원이 있었다’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주장(지난 23일 헌법재판소 증인신문)과 배치된다. 지난달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무회의에서) ‘반대’라는 표현을 쓴 분은 두어명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반대 의견이 많지 않았다는 취지의 본인 발언과도 다른 내용이다. 12·3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은 11명이다.

이날 국무회의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건의로 소집된 것으로,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열면 대국민 담화 시간도 늦출 수 있고 그동안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대해 다시 생각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22시에 케이비에스(KBS) 생방송으로 (비상계엄을) 발표한다. 이미 다 불러놨다”며 비상계엄 선포를 서둘렀다고 한다.

밤 10시가 되자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국무위원이 다 왔느냐”고 물었고 “다 도착하지 못했다”고 답하니 윤 대통령은 “22시에 (브리핑룸에) 내려가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의 만류에도 브리핑실로 가서 대국민 담화를 했다. 비상계엄 선포문에 명시한 ‘12월3일 22시’ 시간을 맞추기 위해 국무위원들의 반대에도 계엄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모양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안건 제안, 제안이유 설명, 안건 토의, 의결 과정이 있었느냐’는 경찰의 질문에도 모두 “없었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국무회의 성립 여부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도 했다. 경찰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몇몇 국무위원들이 ‘실제 국무회의가 열린 것으로 볼 수 있느냐’며 당혹스러워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를 합법적인 절차로 볼 수 있는지 관련 판례들을 찾아보라고 이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또 비상계엄 선포 직후 대통령실 부속실 직원에게 ‘회의록 작성을 위해 기록을 남겨놓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참석 장관, 회의 시간, 발언 요지 등을 남기라”고 했고 직원이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발언 내용을 모른다”고 하자 이 전 장관은 거듭 “장관 몇명이, 언제 왔다 정도라도 적어놓으라”고 지시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위법성을 국무위원들이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던 최 권한대행도 지난달 12일 경찰 조사에서 “(12·3 국무회의는) 정상적인 회의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최 권한대행은 “접견실에서 대기하는 분위기였다”며 “그 자리가 국무회의라면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것”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이 전 장관은 지난달 경찰 조사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한겨레 등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사실은 숨겼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허석곤 소방청장과 통화하며 무엇을 지시했느냐’는 경찰의 추궁에 이 전 장관은 “사건·사고 들어온 것이 있냐고 묻고, 국민들 안전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말한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