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지난 9월 12일 영화 ‘화려한 휴가’ 의 오픈세트장이 광주 북구 첨단지구에 완성돼 영화촬영이 한창이기에 당연히 필자는 광주 시민으로써 애정을 가지고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

애써 수억 원을 들여서 세운 1980년 5·18 당시 금남로 옛 도청앞 거리를 재현시킨 영화 세트장이 금년 11월 말경 없어지게 된다. 즉 1회용 소모품에 불과한 경우이기에 영화 관계자들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 역시 영화인의 한사람으로 참으로 애석한 마음 금할 길 없어 일회성으로 쓰고 버려지는 세트장에 대해 다시 한번 관계자들은 심사 숙고해야 해 줄 것을 당부 드리는 바이다.

아마 영화제작사 입장에서 가장 애석해 할 것이고 광주시민들 역시 몹시 서운할 것은 당연하다. 물론 한시적이지만 그나마 세트를 지을 수 있도록 땅을 빌려준 토지개발공사 측의 도움에 진심으로 한없는 감사를 보내는 바이지만 광주의 상징적인 5·18 정신을 기리고 세계 방방곡곡에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좀더 관계기관들은 멀리보고 신중하게 중지를 모아 옛 도청앞 거리를 세트화 시킨 이 영화 세트장을 살려내 오랫동안 광주에 보존되었으면 한다.

문화수도를 펼쳐가려는 광주에 아무리 민간 회사차원에서 지은 영화세트이지만 영상문화 저변확대라는 예술성과 5·18 정신함양이라는 사회적인 명분도 갖추고 있기에 얼마든지 의지만 있으면 되살려 광주의 명소로 만들 수 있다. 강원도의 춘천시나 남이섬 같은 명소가 이곳 광주에서도 탄생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얼마든지 우리고장에도 세계적으로 내세울 좋은 자산이 있다는 것도 참으로 다행이다.

영화 한 편 만을 위한 일회성으로 끝마칠 공산이 크기에 다른 방도를 찾아내야만 한다는 사명감에 항상 가슴에 큰 무게를 느끼며 필자는 아쉬워하며 지내고 있다. 분명 이 오픈 세트장은 광주가 생긴 이래 가장 큰 영화 촬영용 세트로 5·18이라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싹이 발아되었던 장소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이런 상징성을 띤 명실상부한 오픈세트장이 한편의 영화로만 만족하고 쓸어버린다면 국가적으로도 손해이고 문화적 자산으로도 큰 손실임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비록 영화 촬영용 오픈세트장이지만 문화적 자산 가치로 보면 광주의 상징적 존재로 느껴질 정도의 역사적 교육적 사회적 가치들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이런 좋은 가치를 생각할 때면 오픈세트장의 철거는 낭비요 다시 짓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돈과 인력과 지혜로움이 필요할 것이며 추후 광주를 찾아 과거이야기를 찍고자 한다면 또 다시 건물을 지어야 하는 2중 3중의 소모적인 요소가 숙제로 남겨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필자의 생각처럼 광주시에서 이 세트장을 지상권이라도 설정해주어 상징적이지만 광주민주화 운동의 제2의 표본으로 만드는 과정이나 관광 상품으로 그리고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 후세에 광주를 자랑하는 큰 모체가 되었으면 한다.

영화 오픈세트장이 광주인의 긍지와 자긍심을 불어 넣어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시민들의 의지를 한 대 모아 영화 촬영용으로 단 한번 사용되고 버려질 오픈세트장에 더욱 깊은 애정과 깊은 관심으로 5·18국립묘지 못지않은 우리고장 명소로 만들어지기를 제안해 본다.

박형균=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