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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과 과정이 전혀 다른 두 화가의 작품전이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립니다.

두 사람은 부자간으로 아들인 류장복씨는 중앙대학교 회화과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나온 후 뛰어난 구상성을 보이는 드로잉 작업으로 풍경의 사실성을 통해 현실의 숭고함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 중견작가입니다.

이에 반하여 류씨의 부친인 류해윤 옹은 올해 71세로 정규 미술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으며, 독학을 통해 획득한 독특한 조형성을 담은 구상회화작업을 하는 작가로 원근법이나 비례, 해부학적 엄격성 등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한 현실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서울의 갤러리쌈지 기획초대로 생애 첫번째 개인전을 가진바 있습니다.

류장복씨의 드로잉은 소박하고 겸허하며 일체의 장식효과, 인위적이거나 억지스러운 변주, 특히나 도회적 세련미와는 거리가 멉니다. 색채에 있어서도 목탄의 강함을 완화시키는 정도로 채색의 화려함이 절제되어 있습니다. 구성에 있어서도 극적인 효과를 추구하지 않으며, 잠재적인 차원의 충동을 제외하면 정적인 뉘앙스를 풍깁니다. 그러면서도 필력은 세련미가 물씬 풍기고 날렵하고 더딘 리듬을 타는 필력의 율동감이 지나침 없이 드러납니다.

그의 그림은 류장복씨와 매한가지로 소박함을 담고 있습니다. 기교라곤 찾아볼 수 없으며 회화의 기존 법칙들을 넘어서는 자유로움이 전달됩니다. 자신이 몸소 겪은 경험을 주제로 한 류 옹의 그림들은 과거와 현재가 긴밀하게 뒤섞이고 교차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그는 과거의 6.25동란이나 1.4후퇴를 그리지만, 완전히 현실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류 옹의 그림에는 실경적인 섬세함과 과거의 향수와 장래에 대한 당찬 포부라는 상이한 시점이 동시에 그려져 시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기억과 상상의 힘이 느껴지며, 무엇보다 현세에 대한 애정의 힘이 드러납니다.

두 화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전적으로 소속되어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작업에 있어서 지극한 친연성을 보입니다. 기억과 꿈에 대한 애정이 자신의 현세적 삶을 느끼는 것과 적절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이들의 작업은 예술을 통해, 세대의 간극을 넘어 나가는 모습으로 보여 줄 것입니다.

신세계 갤러리= 오명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