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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TV 업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케이블 TV 수신료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는 아파트 단체계약의 일방적인 해지, 수신료 인상 등도 그동안 저가로 왜곡되어 있던 수신료를 정상화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흔히 케이블 TV 업체는 케이블 TV 수신료가 얼마나 낮은지를 강조하기 위해 커피값과 비교한다. 커피 한잔도 4000~5000원 하는데 케이블 TV는 아파트 단체계약 기준시 한달에 2000~3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케이블 TV 업체의 하소연도 이해할 만 하다.

◆케이블 TV는 전형적인 고수익 산업

그런데 케이블 TV업체의 재무재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케이블 TV 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돈벌이가 좋은 산업인 것이다. 2004년 기준 케이블 TV 산업의 평균 영업이익율은 17.6%로서 제조업 평균인 7.6%보다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우리나라 제일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율(14%)보다 높은 수준이다.

케이블 TV 업체가 하나밖에 없는 독점지역으로 국한해 볼 경우 영업이익율은 20%를 넘고 두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방송구역도 영업이익율이 12%에 달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는 최근 2~3년간 케이블 TV 업체가 디지털 케이블 TV 전환 등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수치라는 것이다. 2004년 한 해만도 전체 영업이익금을 초과하는 규모(2700억원)의 돈을 케이블 TV망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쏟아 붓은 가운데 달성한 영업결과라는 점이이다.

월 2000~3000원의 수신료 수입으로 이렇게 높은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홈쇼핑 업체로부터 송출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돈과 인터넷 서비스 수입이라는 다른 수입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수입이 케이블 TV 전체 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케이블 TV 업체가 수신료 인상을 이야기할 때는 이 수익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최근에 발생한 수익이고 홈쇼핑 업계가 활황이면 늘어나고 불황이면 줄어드는 불안정한 수입이라는 등의 이유에서다. 방송사업의 수익성만 따로 떼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홈쇼핑 송출수수료와 인터넷 사업수익 모두 방송사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케이블 TV 가입자가 많을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고, 인터넷 서비스도 케이블 TV망과 같은 선을 타고 제공된다. 이 경우 케이블 방송사업만 할 때보다 훨씬 낮은 수신료를 부과하면서도 높은 이익창출이 가능하다. 이는 마치 구글이 본업인 검색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광고수익 등을 통해 수익극대화를 추구하는 영업전략과 유사하다.

요컨대, 홈쇼핑 송출수수료와 인터넷 수입까지 감안하면 케이블 TV 업체들이 수신료를 방송위 승인요금까지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해진다. 특히 방송위 승인요금이 케이블 TV 업체가 수신료 수입에만 의존한다는 가정하에 작성된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수신료 인상의 배경

그럼에도 최근 케이블 TV 업체가 수신료 인상, 일방적인 채널편성 변경 등 물의를 빚는 이유의 하나는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후유증 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3월 방송법 개정으로 대기업, 외국인 소유제한이 완화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MSO(Multiple SO)화가 급격하게 진전되었다. 그 과정에서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한 가입자당 180만원 이상을 주고 인수하는 경우까지 발생하였다. 이는 가구당 시청료를 1만원으로 잡아도 회수하는데 15년이 걸리는 가격이다.

이에 따라 케이블 TV 업체의 순이익기준으로 손익구조가 크게 악화되었다. 특히 업계 상위를 차지하는 한 기업의 경우 영업이익은 흑자이지만, 과도한 차입으로 인한 이자비용 등으로 큰 폭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격정상화의 명분하에 방송수신료 인상 등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산업분야에도 경쟁원리가 적용되어야

현재 방송정책의 두 축은 지역독점화와 대형 업체(MSO)의 출현 유도이다. 이에 따라 많은 인수·합병이 일어나고 있다. 다른 산업에서는 기업간 인수합병이 일어나더라도 급격한 가격인상이 나타나기 어렵다. 왜냐하면, 다른 경쟁사업자의 존재가 독과점 남용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블 TV 시장은 지역별로 독점이 이루어지고 나면 시장 매커니즘에 의한 규율이 불가능해진다. 방송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은 지역별 독점의 폐해는 가격규제 등을 통해 규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현행 가격규제처럼 규제의 틀이 정치하지 못하면 규제가 가격인상을 정당화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제는 시장경쟁의 원리를 적용하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위성방송, IP-TV 같은 새로운 매체가 케이블 TV 업체와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찍이 우리와 같은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다가 90년대에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을 중심으로 규제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미국의 사례는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