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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룩한 계보’의 장진 감독은 너무 큰 사건으로 만난 사이이기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 속의 영화인으로 필자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

벌써 20개월 전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둘의 인연은 처음이자 끝이 되어버렸다.

작년 3월 말경 광주영상위원회 사무국이 광주 남구 양과동 드라마·영화세트장에 둥지를 틀고 있을 당시 ‘박수칠 때 떠나라’의 실내세트 촬영지원 요청이 들어온 바 있어 광주영상위회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온갖 행정적 지원 및 실내세트 촬영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만반의 준비를 다 마쳐 놓고 3일 후엔 크랭크 인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 실내세트장이 화마(火魔)에 휩쓸리게 되어 ‘박수칠 때 떠나라’ 영화제작에 관한 촬영유치가 그만 순간에 무산되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엔 류승범 감독의 ‘주먹이 운다’, ‘가을로’의 감독인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 등 동시기(同時期)에 3작품이 경합을 벌여 ‘박수칠 때 떠나라’가 선정이 된바 있었다.

그래서 장진 감독과의 만남의 인연은 악연처럼 만나게 된 경우로 그 후 장진 감독과 연루된 작품만 보면 그때의 일이 자꾸 생각나곤 한다.

그 뒤 장진 감독이 제작한 ‘웰컴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가 연속으로 히트하여 장진 감독의 영화사는 든든한 반석 위에 오르게 되었고 이후 제작된 작품이 바로 ‘거룩한 계보’이다.

장진 감독 필모그래피(filmography)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동안 드라마형식을 빌린 미스테리 장르와 코미디 그리고 액션 등 장르도 다양하게 여러 형식의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필자의 눈에는 ‘거룩한 계보’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한 실험성 영화였을 정도로 지난 장진 감독의 영화들은 ‘거룩한 계보’를 위한 연습 작품에 불과한 듯 하다.

다음 영화가 어떤 형식의 영화가 될지는 의문이지만 이번 영화에 이야기하고 싶은 본인의 의지를 속 시원하게 작가적 의식을 담아놓았다고 본다. 교도소라고 설정한 공간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교도소 이야기를 통해 세상사 단면을 대신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정의와 그들만의 정의가 어떻게 다른 것인가, 또 사나이들의 우정 그리고 얽히고 설킨 배신과 야합 또 진솔한 보통사람들의 삶과 색다른 그들만의 휴머니즘도 보여주고 있다.

암흑 속에서도 흑진주를 발견하기를 감독은 속으로 은근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사회적 현실 속에 협잡과 암투와 비리 그리고 얼마나 많은 추악한 사실들이 이 세상 속에서 꿈틀거리며 용트림하고 있는가? 하는 모호하며 몽환적인 모습을 그린 영화이다.

이처럼 상명하달(上命下達)을 철칙으로 하는 단순 무지한 그들의 세계 속에서 오히려 그 어느 곳 보다 더욱 진실을 찾기가 쉬워 이 영화에 박수를 보내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장진은 또 다른 장진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지금쯤 아니 진작부터 분주히 뛰고 있을 것이다. 장진의 실험영화 ‘거룩한 계보’의 성공을 고대해 본다.

박형균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