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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끓여야 제맛을 낸다는 추어탕. 더위가 가신 후에 지친 기력을 보양하는 식품으로 사랑받는 미꾸라지는 늦여름에서 가을까지가 제철이다. 양식은 계절을 가리지 않아 제철식품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미꾸라지는 겨울에는 먹이를 먹지 않고 동면하므로 기름기가 빠져 맛이 없다. 우리 조상들은 농번기가 끝나면 논 가장자리에 도랑을 파 논물을 뺀 다음 미꾸라지를 잡아 국을 끓여 잔치를 벌였다. 추어탕은 농민들이 서로 품앗이 하며 농사짓기에 지친 심신을 풀고 기력을 회복하는 건강 보양식이었다.

미꾸라지는 민물고기로 논과 도랑, 또는 늪 등의 얕은 흙탕 바닥에 산다. 우수한 단백질이 많고 칼슘( 100g당 칼슘이 640㎎,)과 비타민 A , B2, D가 풍부하다. 뼈째 먹을 수 있는 칼슘원으로 이상적이어서 강장?강정식으로 사랑받는다.

기력을 더해주고 따뜻하게 하며 소화를 잘되게 한다. 신장의 양기를 더해 주어 발기가 잘 되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하니 추어탕은 서민의 정력제로 손색이 없다.

꼬리의 힘이 셀뿐만 아니라 진흙 속을 파고 들어가는 힘이 엄청나기에 그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흙속에 구멍을 뚫는 미꾸라지는 그 안에 사는 생명체들의 숨통을 트여주고 물을 정화시키는 이로운 동물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는 하루에 천 마리의 모기 유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탁월한 모기 방제효과가 있다. 3급수의 더러운 물속에서도 살 수 있고 스스로 물 밖으로 기어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미끈미끈한 비늘을 가져 미끄럽기 때문에 미꾸라지라고 부른다. 잽싸게 도망가는 사람을 미꾸라지에 비유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꾸라지가 몸을 지키는데는 비늘의 점액질이 큰 역할을 한다. 물 밖에서는 몸이 마르지 않게 하고, 적에게 공격받으면 몸을 미끄럽게 하여 재빨리 도망친다

추어탕으로 유명한 지방을 들라면 전라도를 빼 놓을 수 없다. 춘양골 남원에는 추어탕 집만도 수십군데나 된다. 추어탕을 잘 끓이려면 먼저 미꾸라지를 잘 씻어야 한다. 미꾸라지를 사서 비닐봉지에 소금을 한 웅큼 넣으면 파드득 파드득 비닐봉지 속에서 몸부림을 치면서 내장 속에 있던 흙을 모두 뱉어낸다. 씻을 때는 체에 담고 미끈거리는 점액질을 호박잎을 넣어 쓱쓱 문지르면 깨끗하게 씻어진다. 호박잎을 구할 수 없으면 체나 바구리에 넣고 싹싹 비벼 씻으면 미끈거리지 않는다.

끓일 때는 먼저 미꾸라지를 넣고 물이 잠길 만큼만 붓고 끓여서 믹서에 갈아 놓는다. 고추, 마늘, 생강, 들깨즙, 된장을 믹서에 갈아서 시래기를 넣고 끓이다가 한소큼 끓으면 미꾸라지 갈아 놓은 것을 넣어 더 끓인다. 먹기 전에 파 양념과 청양고추 매운 것을 잘게 썰어 넣어 먹으면 매콤하면서 들큰 구수한 보양식이 된다. 탕에 들어가는 부재료인 배추속대, 시래기, 미나리 등 쓰임새에 따라 각 지방의 특징이 된다.

추어탕의 조리법은 각 지방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미꾸라지를 갈아서 끓이지만 서울식은 산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들어가게 해서 썰어 담았을 때 미꾸라지의 형체가 보이게 한다. 이렇게 끓인 것은 추어탕이라 부르지 않고 ‘추탕’이라 부른다.

미꾸라지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화학조미료나 향신료 등을 많이 쓰게 되면 추어탕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영양상으로도 손실이 된다. 너무 많은 고춧가루를 사용하면 혀의 통증으로 인해 제 맛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추어탕에는 산초가루가 가장 이상적인 배합이라고 한다. 산초의 산시올이라는 독특한 향기는 향신료의 역할뿐 아니라 소화액을 촉진 시켜 소화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식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음식은 기호식품이므로 식성이 맞아야만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김정숙 - 전남과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