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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국정브리핑이 현재의 집값 이상현상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금리인하나 경기부양' 주문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에는 적절치 않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했다.

그러자 요 며칠사이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금리인상 문제로 옮겨졌었다. 자칭 ‘부동산전문가’들이 저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라도 된 듯한 분위기로 치달았다.

그러나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되돌려주듯, 어떻게 금리정책을 운용하냐는 어디까지나 중앙은행의 몫이다. 지금의 집값불안이 상당부분 장기간 저금리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배경이 됐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금리를 통한 유동성 조절 여부는 경제 전반을 지켜보는 한국은행이 최종판단할 문제이다.

◆ 집값 상승 막연한 기대심리가 문제

지난 9월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쇼크 이후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해 실제 집값이 올라버렸다. 따라서 향후 대책은 획기적 분양가 인하대책을 통해 이러한 자기실현적 기대심리를 꺽어놓는데 맞춰져야 한다.

한동안 잠잠하던 집값이 최근 다시 불붙기 시작한 직접적인 원인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와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 때문이었다.

은평뉴타운 등 일부지역의 고분양가 쇼크와 분양연기 등으로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들이 대거 주택매수에 나서면서 실제 집값이 올라버린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시차를 두고 미래의 집값을 결정하는 ‘자기실현적 기대심리’가 최근 집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면, 문제해결의 방법은 거시경제적 접근뿐만 아니라, 시장의 막연한 기대심리를 어떻게 진정시킬 것인가에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

◆ 합리적 분양가 인하 등으로 정책 신뢰 회복할 것

이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조바심치는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용인즉 ‘좀 더 기다리면 싼 값에 좋은 집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의 생산이다. 또 단순히 믿어달라는 식이 아니라 부동산 관련 세제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시장에 부합하는 공급, 합리적인 분양가 조정 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때마침 급등하던 집값이 겨울철 비수기를 맞아 잠시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모처럼 찾아온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부는 이미 예고한대로 적정수준으로 개발밀도를 높이고, 기반시설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방식 등 획기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분양원가 공개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서라도 고분양가만은 반드시 잡는다는 의지다.

이를 통해 주변시세보다 20∼30% 싼 새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공급돼 주변 집값을 자극하는 일이 사라진다면 팽배한 기대심리도 한풀 꺾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분양가를 낮추면 청약시장이 시세차익을 노린 ‘로또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실 판교신도시 분양때 주변시세의 90% 수준으로 주택채권입찰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차명을 통한 다주택 보유, 불법전매 등 투기적 수요를 근절하고,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제도가 확립돼 저렴한 새 아파트가 반드시 무주택자에게 돌아간다는 점만 보장된다면, 이들에게 약간의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것은 ‘중산층 보강’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일관된 정책으로 기대심리 차단

정책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켜야할 또 하나의 원칙은 일관성이다.

앞으로 정책이 오락가락할 것으로 인식될 경우 합리적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

현재 다주택자에게 무겁게 물리는 보유세와 양도세 등이 내년 대통령선거와 경기하강 우려 등을 이유로 앞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살아난다면 사람들은 당장 예봉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할 것이고, 이는 결국 정부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3일 열린 부동산정책관련 관계장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는 권오규 경제부총리 모습.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시장의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사이비 시장주의’이다. 시장의 논리를 앞세워 정부의 모든 정책을 ‘반시장적’이라고 몰아붙이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대개의 경우 건설업자의 논리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1998년 시행된 ‘분양가 자율화’ 이후 고삐 풀린 분양가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불안이 이제는 경제 전체의 시스템 위기로까지 확대되는 부작용이 드러났는데도 사이비 시장주의자들은 여전히 정부의 분양가 대책을 반시장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적정수준을 넘어선 정부 규제도 문제지만, 시장의 실패를 보정하는 정부 역할마저 부정하는 것은 현실보다 이념에 치우친 ‘시장 만능주의’에 다름 아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은 ‘백약(百藥)이 무효(無效)’라고 한다. ‘무대책이 상책’이니 정부는 아예 부동산에서 손을 떼라는 무책임한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100번째, 101번째 묘책을 찾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문제를 방치하기에는 부동산불패 신화의 부작용이 너무 크고, 내집 마련에 평생을 바치는 서민들의 꿈이 너무 간절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