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참여정부의 최대화두가 지방분권화 및 지역간 균형발전임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성패 역시 그 과제들의 실천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수도권의 기득권 고수 및 정책결정권자들의 경직된 사고 등이 실천에 적지 않는 장해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처럼 낙후도가 심각한 지역의 경우 투자효과 등 경제성의 논리로만 접근하게 되면 지역발전을 기대하기란 백년하청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이해찬 국무총리는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남 고속철도건설에 대해 투자효과 미미와 국가재원의 효율적 사용 등을 거론하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국정이라는 커다란 틀 속에선 있을 수 있는 견해일 것이다. 그러나 건국이후 줄곧 개발에서 소외되어온 이 지역으로서는 쉽게 납득이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경제성 논리라면 경부고속도로나 서해안 고속도로의 건설 때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관료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경제적 희박론이 거론되었는가.

어디 그뿐인가.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의 경우도 서부지역 개척이란 당위에서 비롯된 것이지 투자효과와 경제성만을 따져 건설된 것이 아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철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대북 지원사업만 해도 민족애와 인도적 차원이 앞서지 투자효과에 대한 염두가 앞선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 정부는 호남 고속철도건설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호남선 복선을 위해서도 ‘거북이 걸음’보다 더 늦은 50여 년의 세월이 소요되었었다. 그동안 지역민이 느껴야 했던 상실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생각한다면 고속철 건설에 더 이상 경제성 운운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이제 한·중간 교역규모가 미국 및 일본과의 교역량을 초과하는 황해권 경제시대이다. 호남지역의 수송체계를 정비하는 것은 국가의 장기적 발전에 비추어서도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호남지역을 미래를 위해 예비해둔 기회의 땅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들의 견해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을 막연히 방치하기 보단 개발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여·야와 지역을 떠나 25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호남고속철도의 조기착공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이 점에서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호남선의 분기점을 정하는 문제에서도 호남인들의 의견이 중요시 되어야 한다. 자칫 충청권의 이해관계에만 얶매여선 안되고 더우기 아직 착공시기도 결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분기점 문제로 사안의 본말(本末)이 흐려져서도 안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이 수도권과 경부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호남이 겪었던 소외감을 생각할 때 호남 고속철도건설은 경제성만을 운운하며 계속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주장하는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오수열 객원논설위원 (조선대 교수·한국동북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