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요즘 경제가 어려워 다들 사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데도 시정(市井)의 가장 큰 관심사는 대선을 일년여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계개편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는것 같다.

정치학 공부하는 사람들은 흔히 자조적(自嘲的)으로 "세계의 어떤 정치학자도 한국의 정당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을 하곤 하는데 이는 곧 한국 정치의 숱한 이합집산을 웅변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고 하겠다.

정치선진국의 경우 수백 년의 역사속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기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여당도 되고 때로는 야당으로 전락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당들은 선거를 앞두고 급조되었다가 선거가 끝나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는 '포말정당'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정계개편의 신호탄은 어느 스포츠경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40 대 0이라는 경이적 기록을 수립한 집권 열린우리당에서 먼저 번져 나오고 있다. 집권당의 지지도란 임기말에 가까워지면서 낮아지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적지 않은 선거에서 후보자마저 낼수 없을 만큼 처절한 상황에 처한 경우는 참여정부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정계개편을 놓고 백가쟁명(百家爭鳴)처럼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의견들이 어떠한 형태로 가닥을 잡아야 정치권의 재편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이라는 정치의 목적에 순기능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 기본적으로 이야기하면 정계개편의 주역은 정치인들이 아니고 국민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정당은 야당이 되는 것이고 스스로 그 정당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해산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열린우리당내에서 거론되는 정계개편 논의의 출발점은 어떻게 해서든 다시 집권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할 때 이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당선시켜준 정당을 뛰쳐나가 새로운 정당을 만든 대통령이 어디에 있으며 그 정당의 지지도가 하락하여 재집권의 가능성이 낮아지자 다시 이합집산의 개편을 시도하는 법이 어디에 있는가.

현재의 지지도로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의 집권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앞으로 일 년이라는 기간은 노력하기에 따라서 대세를 만회하는데 결코 부족하지 않다. 우선 집권세력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새로운 인물들을 대폭 수혈 하는 등 내부적으로 체제를 정비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이 무엇인가를 헤아려 민심을 얻는데 노력한다면 한나라당의 집권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재결집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닐 것이다.

이처럼 차기 대권구도가 단순구도로 형성되면 고건 전 총리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이념과 정당 내에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참여정당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후보가 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함으로써 국민들로 부터의 신뢰도가 상승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민주정치는 정당정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때 정당의 기반 없이 대권가도에서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고건 전 총리의 경우 지금이라도 조속히 자신의 세력을 정당화(政黨化)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치란 국민을 평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때 정치과정 또한 지나치게 복잡화 되는 것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라는 공자의 말씀을 깊이 인식하고 명분에서 벗어난 꼼수의 정치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는 정치의 혁신이 이루어 지기를 기대한다 .

오수열 <조선대교수. 한국동북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