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뉴스

소리 소문 없이 등장했다 은근슬쩍 히트했던 2005년 작 코미디 ‘마파도’의 속편이 나왔다. 이정진 대신 신인 이규한이 들어오고 욕쟁이 할머니 역의 김수미 대신 김지영이 빈 자리를 채웠지만 공식은 전편과 같다. 도회지에서 어쩌다 마파도로 들어온 두 남자가 마파도 할머니들 밑에서 죽도록 고생한다는 것.

1편에서 1등 로또를 연기와 함께 날려버리고 형사 일까지 그만둔 충수(이문식)는 죽어가는 재벌로부터 어렸을 때 헤어진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 첫사랑이 산다는 동백섬으로 가던 충수는 그만 중간에 조난을 당해,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작가 지망생 기영(이규한)과 함께 외딴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3년 전에 들어와 죽어라 고생한 기억이 아직도 역력한 마파도다.

다시 한번 할머니들의 마수에 사로잡혀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충수는 우연한 기회에 마파도의 진짜 이름이 동백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파도의 할머니들 중 누가 재벌의 첫사랑인 꽃님이인지 알아내기 위해 수사에 나선다.

‘마파도 2’는 1편과 비슷한 구성이긴 하지만 드라마는 1편보다 흐릿하다. 동백섬 찾기와 꽃님이 찾기라는 충수의 목표는 영화가 시작된 지 1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그 뒤에 이어지는 반전과 액션 신파는 억지로 짜 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하긴 요란한 화장실 코미디와 눈물 쥐어짜는 멜로드라마가 어색하게 묶인 건 1편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스토리와 설정의 일관성이 있었던 1편과 달리 2편은 설정 위에 개별 개그들을 얹어 엉성하게 나열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듯하다.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후반부의 반전이 비교적 생뚱맞아 보이고 기영의 캐릭터가 끝까지 줄거리 안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

다행히도 영화가 포인트로 잡고 있는 중견 배우들의 개인기는 이 영화의 모자란 부분을 상당 부분 지탱해준다. 이문식과 김지영의 ‘닭고기’ 코미디는 극도로 단순한 설정과 심심한 각본을 유들유들한 두 전문 배우가 얼마나 능숙하게 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이야기 전개를 핑계로 은근슬쩍 삽입된 마파도 할머니들의 과거 회상 장면도 전편의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참, 마파도 할머니들의 팬들이라면 엔딩 크레디트가 끝까지 올라갈 때까지 나가지 마시길. 그들의 꽃다웠던 젊은 시절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