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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목숨을 붙이고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있겠지만, 밥을 먹고사는 우리에게 ‘쌀’과 ‘물’은 빼놓을 없는 생존조건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모두 없는 곳이 있다. 그렇다고 무인도도 아니다. 1960년대에는 500여 명의 주민이 살았고, 초등학생만도 90여 명에 이르렀던 섬이다. 바다 한 가운데 모래를 쌓아 놓은 섬이 호수 같아 사호(沙湖)라 부르다 사도가 되었다고 전한다.

현재 사도에는 24세대 47명이 살고 있다. 이들을 연령별로 보면 50대 6명, 60대 8명, 70대 4명, 80대 12명, 90세 이상 3명이며 평균연령은 71세에 이른다. 이 중 15가구가 여성 독거노인이며, 민박과 해산물채취, 고구마와 마늘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11가구가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독거노인을 제외하고 대부분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사도를 찾는 관광객이 홍도나 거문도처럼 많은 것도 아니다. 1년에 유람선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1500명에서 2000여 명 정도다. 여름철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나면 한적한 섬이다. 최근 공룡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지자체가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많은 예산과 계획을 세우며 투자하고 있다.

설 명절 무렵 물이 빠지자 진대섬(장사도)과 시루섬(증도) 사이에 물길이 열린다. 추섬과 사도 나끝이 연결되면서 며칠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바닷길이 열리는 섬이라면 모두들 ‘진도’를 떠올리겠지만, 여수 사도에 일곱섬(연목, 사도, 나끝, 추섬, 간대섬, 시루섬, 진대섬)의 물 갈라짐은 자연의 신비로움 자체다. 게다가 사도를 비롯해 낭도와 추도 등 인근 섬에서 세계적 규모의 공룡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잠재적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시루섬 인근에는 이순신 장군이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거북바위’, 출산 후 젖이 나오지 않아 잘 나오게 해 달라고 빌었다는 ‘젖샘바위’ 전설이 있다. 이외에도 멍석바위, 용미암 등 기암들이 많다. 작은 섬이지만 너무 아름다운 해수욕장도 있다. 지금은 이런 해양생태와 경관이 관광객을 불러와 민박 등 관광업을 가능케 하지만 30여 년 전까지 주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했다.

매일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나룻배를 저어 낭도에서 먹을 물을 가져와야 했다. 밭이라고는 간난아이 엉덩이 만한 마늘밭이 전부라 낭도까지 나가 고구마, 보리, 밀농사를 지어야 했다. 땔감을 구할 산이 없어 배를 타고 가서 나무를 해야 했다. 그나마 남의 섬에 비탈밭이라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사도주민들의 뛰어난 어업기술 때문이었다. 당시 사도에는 37척의 중선배로 멀리 칠산 바다와 연평바다까지 나가 조기를 잡았다. 오죽했으면 인근 섬에서 사도를 돈섬? 이라고 했겠는가.

하지만 1959년 9월 추석, 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라호 태풍이 사도를 덮치면서 배들은 모두 파괴되었다. 그 후 사도에서 고기잡이배를 움직이는 것은 금기처럼 되었다. 그 후 청각을 뜯어 쌀과 바꿔먹었고, 미역을 뜯어 생필품을 구입했다.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대신에 갯가에서 나는 돌김, 파래, 가사리, 돌미역, 톳을 뜯어 살아야 했다.

설 명절을 하루 앞두고 점심을 먹은 사도 아줌마들이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갯가로 나온다. 돌김과 가시리를 뜯고 바지락도 캘 참이다. 이들이 채취한 해산물은 고스란히 민박집 반찬으로 올라온다. 주민들은 이렇게 해초를 뜯고 마늘을 심어 몇 백만 원 수입을 얻는다. 어장도 하고 민박집을 운영하여 천여만 원의 수입을 얻는다.

최근 사도는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위 경관과의 조화로움이 아쉽기는 하지만 도의 지원을 받아 2동의 한옥민박집이 지어지고 있고, 각종 시설도 정비중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명줄인 바다를 관광객들에게 내놓았다. 해초와 마늘농사로만 살 수 없기 때문에 ‘관광’을 업으로 삼아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최근 화가나 사진작가들도 곧잘 사도를 찾고 있다. 머지않아 낭도와 작은 다리도 연결될 것이라고 한다. 공룡발자국에서 시작된 관광개발이지만 주민들의 삶이 오롯이 묻어난 어촌관광을 기대해 본다.

출처: 전라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