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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적인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의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민이 대표자를 통해 나라를 운영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제도는 국민의 뜻을 가장 공정하게 반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선거제도는 공평해야 한다. 그런데 역대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주장하나 중 선거구제는 수용이 불가능한 제도이다. 중 선거구제는 유신 때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여야의 동반당선을 유도하여 여당의 안정의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였다.

1973년 제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38.7%를 득표하여 50%의 의석(지역구)을 차지했다.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사이의 간극이 커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제도이다. 지역주의도 해소되지 않는다. 이 점에 있어서는 소선거구제도 마찬가지이다.

17대 총선 결과 지역구 선거에서 정당 후보자의 득표율과 의석수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지역구 득표율은 열린우리당 41.9%, 한나라당 37.9%, 민주당 7.9%, 민주노동당 4.3%, 자민련 2.6%였다. 그런데 지역구 의석점유율은 열린우리당 53.1%, 한나라당 41.2%, 민주당 2.1%, 민주노동당 0.8%, 자민련 1.6%등이었다. 득표율과 실제 의석점유율이 정당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연동하는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 제도는 각 정당의 전국득표율에 따라 전체의석수를 배분하는 것이다.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석수를 제외한 수가 각 정당의 비례의석수가 된다. 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배분하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호남의 비례대표는 호남에서 추천하고, 영남의 비례대표는 영남에서 추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국회에 대거 진출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지지율이 높지만 특정 지역에서 지역구 의석이 전혀 없는 정당이라 하더라도 비례대표는 전국 지지율과 비슷하게 확보할 수 있다.

17대 총선을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당은 영남지역에서 비례대표의 42% 가량을 얻게 된다. 한나라당은 호남지역에서 비례대표의 38% 정도를 얻게 된다.

이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한다.

지방의회도 심각한 지역주의 병폐를 가지고 있다.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전국지지율을 기준으로 권역별 비례대표를 배분하면 지역주의는 크게 해소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지방의회를 구성할 때는 동원할 수 없다. 권역별 득표율에 따른 배분방식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 방법은 지역주의를 해소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심화·고착화시킨다.

따라서 선거구제를 개편해야 지방의회의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광역화해야 한다. 유권자는 선거구가 넓을수록 정당보다는 인물본위의 선택을 하게 된다. 시·도 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로, 시·군·구 의원 선거구는 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방행정의 성격이 갈수록 광역화, 대규모화되고 있다. 이러한 행정성격의 변화까지 고려하면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의 최고 의결기관으로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선거를 통한 고비용의 진입구조, 의정활동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능력있는 인재들이 진출을 꺼리고 있다. 지방의원을 유급화해서 전문성있는 지방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글=지병문 (국회의원 지병문. 광주 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