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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평준은 세계적인 남도작가다.

그의 그림을 바라보면 뛰어난 드로잉 솜씨에 놀라고, 기법의 다양성에 더욱 놀란다. 무엇보다 이토록 다양한 작품들이 하나같이 모던하다는 점에 압도된다.

예전의 작품도 지금의 작품도 늘 새롭다. 예술가는 시대정신의 첨병이라는 말이 나사처럼 가슴에 꽂혀든다.

1988년 불란서행을 감행했을 때 그곳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예술의 다양성이었다. 그리고 현대성이었다.

고암 이응노선생을 만났을 때 선생은 광주를 그리고 있었다. 시대의 아픔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것을 해야겠다는 각성이 가슴을 쳤고, 김평준은 한국의 오방색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오방색시대를 열어 한국 색채와 함께 몇 년을 뒹굴었다.

파리의 소나무 화실에서 오방색은 빛을 뿜었다. 세계의 쟁쟁한 화가들이 가슴을 맞대고 분투하는 미술판에서 오방색은 하나의 개성으로 정착되었다. 소나무 화실은 세계에서 모인 화가들의 겨룸장이다.

오방색의 현묘함이 정신의 바닥에 닿았을 때 미련을 버리고 그는 다시 모노톤으로 돌아왔다.

동선을 중시하는 군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흑백의 선만으로 색채의 현묘함을 드러내주었다. 이때에도 그의 날렵한 드로잉 솜씨는 빛을 발했다.

흑백 선으로 보여준 것은 빛의 광활함이었으며 모노톤의 고요함이었다. 모던하다라는 탄성을 단순성과 화려함이라는 이중구도로 이끌어냈다.

불란서에서 돌아와 서울에서 활동하던 그는 2001년 광주로 돌아왔다. 광주는 화가로서의 뼈대를 세운 곳이다.

그가 화가로서의 잔뼈를 굵혔던 광주 조대부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날리는 미술의 명문고교다.

미술부 선배들에게 엉덩이를 내맡긴 채 손가락의 지문이 닳도록 목탄을 문질렀던 곳.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화가를 많이 배출한 곳이다.

오승윤, 강연균, 송용, 배동환 등이 그의 고교 선배다. 많이도 맞았다. 이곳이 미술명문고가 된 배경에는 역시 남도 구상화의 대가 오지호 선생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데생을 바탕으로 한 정직한 그림, 즉 빛과 색채를 통한 풍경과 정신의 형상화가 가르침의 근간이다. 남도 구상화의 정신배경이다.

김평준이 지난 5월 초 광주대동갤러리에서 연 드로잉전은 광주의 정신을 다시 들섞이게 했다.

“모노톤에서 피어난 모던함”이란 제목을 단 채 언론들은 일제히 “연필로 그린 흑백의 풍경과 인물화들은 먹의 농담을 살려낸 수묵화인 듯,판화인 듯 관객의 눈길을 현혹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의 드로잉전을 시발로 그는 본격적인 국제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서울 전시에 이어 유럽전을 계획하고 있다.

다시 한번 남도의 미술정신이 세계인들의 안목을 두드릴 것이다.

김현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