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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시대』

민주정치는 권력의 분립을 그 기본으로 하고 있고, 특히 대통령제하에서는 국가의 원수로서의 지위와 행정권의 수반으로서의 지위를 겸하고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을 권력분립의 기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3권의 분립을 엄격히 도모하려고 하여도 행정국가화 되어가는 시대적 추세 속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것이 일반적 경향기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지위는 민주화의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강하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대통령에 어떠한 사람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과 방향은 크게 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차기 대통령선거를 4개월여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훌륭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후보자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치열해져가는 국가간 무한경쟁 속에서 국리민복(國利民福)이 도모되고 보다 행복한 삶이 영위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국민들의 이러한 기대가 충족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는 오늘날에 있어서의 대통령의 임무와 역할이 무엇인지와 관련지어 검토하는 것이 가장 적실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통령은 국민통합(國民統合)의 상징이자 중심인물이라는 점에서 지역별, 계층별로 분열되어 있는 우리나라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넓은 가슴의 소유자였으면 좋겠다. 그렇지 아니하고 대통령이 특정 지역이나 계층의 이익을 옹호하거나 그러한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국민통합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남북분단을 해소하고 통일을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반세기 넘게 지속되어온 분단 상황 속에서 남북간에는 적지 않는 적대의식과 이질감이 생성된 것도 사실이고 이를 해소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통일이 우리가 이룩하여야할 커다란 목표라고 할 때 대통령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언젠가는 통일이 달성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해야 하며 그를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셋째, 국가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가안보를 확보하고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식견과 능력을 구비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국정을 대통령 한 사람이 오로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중심제하에서 국정의 방향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책무와 권한을 대통령이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능력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고 따라서 대선과정에서의 가장 커다란 이슈 또한 경제회복에 모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능력은 국민들의 선택에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넷째,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국민에 대한 최고 통치권자의 덕목 가운데에는 애민(愛民) 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애민정신을 민주사회에서는 존민(尊民)정신 까지를 포함한다고 할 때, 국민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이 아닌 국민에 대해 봉사하는 마음가짐을 지닌 민주적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1960년대로부터 군사쿠테타에서 비롯된 군사독재를 경험해왔고 이어서 유신통치와 ‘5공독재’라는 비민주적 정치를 경험해왔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은 민주의식이 투철하여 우리나라를 민주국가로 발전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식을 지닌 사람이었으면 한다.

다섯째, 미래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함께 그에 대한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지적(知的) 능력을 구비한 대통령이라야 하겠다. 국가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져가고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미래사회에 대한 조망과 현명한 대응능력 없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지는 최고 지도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모든 조건을 100% 구비한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제반 조건에 근접하고 여기에 더하여 합리적 판단능력만을 구비한다면 다양한 이해관계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면서 원만하게 국정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오수열<조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