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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익은 봄볕에 복사꽃이 자지러지는 과수원을 지나며 < 몽유도원도>를 생각한다. 기괴한 바위를 병풍처럼 두른 복숭아꽃밭은 안개에 휘감겨 있고, 꿈꾸듯 일렁이는 황홀한 분위기는 사람들이 흔히 꿈꾸는 도원향(桃園鄕).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듣고 안견이 그린 이상향의 땅이다.

영원한 평화와 완벽한 자유가 보장되는 도원향은 어두운 현실에서 절망한 나머지 이상향을 그려보고자 한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비롯한다.

옛날 중국의 무릉이란 어부가 갔던 곳. 사방이 복사꽃으로 환하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을 나누고 달콤한 과일을 먹으며 지내는 별천지의 선경이다.

또한 후한 때 유신과 완조라는 두 사람이 천태산에 올라갔다가 복사나무가 있는 곳에서 여인들과 지내다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벌써 7대가 지났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옛사람들은 복사나무를 통해서 이상향을 꿈꾸었던 것 같다.

복숭아는 중국인들이 예로부터 ‘ 백 살을 살 수 있는 선약(仙藥)’이라 여겼을 정도로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과일이었다. 중국고사에 등장하는 복사나무는 대부분 장수 또는 힘과 연결된다. 손오공은 100년에 한 번씩 열리는 천도 복숭아를 훔쳐 먹고 괴력을 얻었는가 하면, 한나라 때 동방삭이라는 사람은 서왕모다 한무제에게 가져다 주는 복숭아 세 개를 먹고 3000년을 살았다는 이야기를 보면 몸에 좋은 것만은 틀림없다.

원산지는 중국으로 실크로드를 통하여 서양에 전해졌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다. 복숭아는 비타민 A, C와 펙틴질이 풍부한 과일로 피로회복에 탁월하며 폐기능을 강화시키고 대장을 부드럽게 한다. 또 혈액순환을 도와주어 어혈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으며 저항력을 높여준다. 복숭아의 껍질에 있는 특수 성분은 해독작용이 있어, 예부터 폐결핵을 앓는 사람에게는 복숭아를 먹도록 했고, 담배의 니코틴을 해독하는 작용도 있다.

복숭아의 풍부한 칼륨은 고혈압과 심장병환자에게 좋고, 식물성 섬유인 펙틴을 다량 함유해 변비개선에 도움을 준다.

복숭아는 살이 흰 백도와 노란 황도로 크게 나누며 품종별로 성분의 차이가 있다. 복숭아의의 맛을 즐기기에는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백도가 좋고, 통조림 가공용으로는 살이 단단한 황도를 사용한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있는 품종은 백도로 주로 날로 먹으며 주스나 잼을 만들거나 복숭아술을 담가 먹기도 한다. 그러나 장어와는 상극이므로 장어를 먹은 후 복숭아를 먹으면 설사를 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복숭아를 고를 때는 껍질에 상처가 없는 것을 고르고, 흠집이 생기면 맛이 떨어지므로 팩이나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보관한다. 차갑게 하면 단맛이 떨어지므로 먹기 2～3 시간 전에 냉장고에 넣어두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복숭아는 한방에서는 복숭아씨와 꽃도 약재로 사용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복숭아나무는 병마를 좇고 귀신을 물리치는 효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동쪽으로 뻗은 가지가 가장 효험이 있다고 했는데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원동력을 뜻하고 동쪽은 해가 돋는 곳이므로 마력을 지닌 복숭아나무를 민속에 크게 활용된 것이다. 고려 때는 갓 낳은 아이를 복숭아꽃과 흰 눈으로 세수시키는 민속이 있었는데 이것은 아기의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목적이었다.

고려 때는 갓 낳은 아이를 복숭아꽃과 흰 눈으로 세수시키는 민속이 있었는데 이것은 아기의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목적이었다. 오늘날까지 아이의 돌날에 복숭아모양이 새긴 반지를 끼워준다. 그것은 의학이 발달되지 못해 어린이의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에 잡귀로부터 어린이를 지키기 위해 신통력을 의지하던 민속이 전승된 것이다.

복숭아나무는 백가지 귀신을 이기니 선목( 仙木) 이라 하여, 무당의 전용물이 되었는데 점치는 윷과 굿하는 도구는 복숭아나무로 만들었다.

복숭아가 귀신을 쫓는데 효험이 있다고 믿었던 만큼 신을 모셔야 하는 제사에서 복숭아는 제사상에 놓지 않는 것을 상식이었다. 또한 복사나무는 타락한 여색을 상징하기도 하여 집 안에 심지 않았다. 복궁아의 모양과 특징이 여자의 성을 닮아서 이를 음양사상과 연결시켜 고상하지 못하다고 여기기도 했다.

삼천년만에 한 번씩 연다는 복숭아를 먹으면 영원히 사는 선인이 된다지만 봄 산은 몽롱하여 낙원은 찾을 길 없다. 도원향이 어딘가는 굳이 따져서 무얼하랴. 살아가는 날의 슬픔은 술처럼 익어가도 나날이 윤기를 더해가는 봄날을 사는 것만으로도 삶은 아름답다.

김정숙 교수 <전남과학대학 호텔조리 김치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