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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의 개항이 다가오면서 광주공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지역 내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상공회의소와 관광협회 등 유관기관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들까지 광주공항의 존치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광주공항의 기능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남도청의 무안 이전 이후 여러 가지로 어려워져 가고 있는 지역경제에 대한 주민들의 답답함이 공항이전 계획을 계기로 또 다시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통시설의 경우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이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지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그 필요성과 타당성이 엄밀하게 검증되어야 하고 그 검증은 객관성이 담보됨으로써 관계자는 물론 지역민들로부터도 공감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이 단계에서 광주공항의 기능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려는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아무런 타당성을 지니지 못한 억지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첫째, 전 세계의 유례에서 볼 때 공항은 인구가 밀집되어 거주하는 대도시를 끼고 위치하고 있으며 시골지역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사실은 광주공항마저도 광주를 포함한 인근지역의 인구가 그다지 많지 않아 그동안 발전이 정체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개항을 앞둔 무안공항이 기존의 광주공항 이용객을 흡수 할 수 있는 제반 편의시설을 확보했느냐 하는 것이다. 당국은 광주에서 무안공항까지 30분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속도로가 말끔히 완공되었을 때의 이야기이고 현재로서는 1시간 이상이 족히 걸린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무안공항의 위치로 볼 때 적어도 지금의 광주공항 만큼이라도 이용객을 끌어 모음으로써 흑자공항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광주 공항은 145만의 광주인구 이외에 장성, 담양, 곡성, 화순은 물론이고 여수, 순천, 광양, 구례 등 전남권과 함께 순창, 정읍, 임실, 고창 등 전북지역의 주민까지 이용함으로써 그나마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광주공항의 국제선이 무안공항으로 이전할 때 이들 이용객의 몇%나 무안공항을 이용하려 할 것인가. 아마도 전남의 동부권은 김해공항으로 갈 것이 분명하고, 광주 및 전남 북부 및 전북지역은 거의 인천공항으로 갈 것이다.

사실 지금도 인천공항의 제반 편의성 때문에 광주지역의 이용객도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다섯째, 항공기의 국내선 기능은 사실상 KTX의 완공과 함께 그 수명이 다할 것이라는 점이며 이점은 광주공항 뿐만 아니라 무안공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시간 이내에 서울 도심까지 연결이 가능한 KTX를 두고 누가 항공편을 이용하려 하겠는가. 이렇게 볼 때, 광주공항이든, 무안공항이든 생존을 위해서는 국제선의 활성화에 진력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는 이용객의 확보가 관건이며 그것은 대도시를 끼고 있는 지역이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광주와 무안공항을 둘러싼 논쟁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볼 때 광주공항의 민간기능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성이 결여된 결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양쪽 모두 공멸로 가는 길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 우리는 경제가 정치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 지역과 국가에 끼치는 피해가 얼마나 큰가에 대한 반성에 직면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광주공항의 기능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는 것은 최소한 광주-무안 간, 목포-광양 간 도로 기능이 완비된 뒤로 미뤄지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더 근본적 해결책은 광주공항의 군사적 기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광주공항을 호남권의 거점 국제공항으로 육성하는 한편, 무안공항은 물류거점공항으로 그 역할을 분담시키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오수열 <조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 교수>